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해 ‘15인치 홀’에서 퍼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홈페이지 캡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해 ‘15인치 홀’에서 퍼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홈페이지 캡처
기존 홀(10.8㎝)보다 3.5배 큰 ‘세숫대야 홀’. 미국에서 일명 ‘15인치(38㎝) 홀’에서 플레이하는 골프가 붐이다. 최근 골프에 흥미를 잃는 사람이 급증하자 골프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기존 골프를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든 ‘펀(fun) 골프’가 ‘대안(alternative) 골프’로 등장했다.

○재미를 가미한 ‘대안 골프’

펀 골프장들은 그린에 피자 한 판 크기만한 홀이나 농구공·축구공이 들어갈 수 있는 세숫대야 홀을 만들어놨다. 미국에서는 250달러 정도면 대형 홀을 만드는 장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최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저스틴 로즈(미국) 등 유명 프로골퍼들은 미국 조지아주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 15인치 홀에서 9개홀 플레이를 펼쳤다. 9홀에 6언더파 30타를 친 가르시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5인치 홀은 주니어골퍼와 초보자, 나이든 골퍼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스코어가 좋아지고 플레이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숫대야 홀은 자선 골프대회나 기업들의 이벤트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스카이72GC가 ‘이벤트 홀’을 지정해 기존 홀보다 2배 큰 홀을 운영하곤 한다. 어떤 홀은 그린에 3개의 홀을 만들어 가까운 곳으로 퍼팅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골프장 캐디는 “‘오늘은 이벤트 안 하느냐’며 찾는 분도 있고 ‘장난 같다’며 싫어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축소 라운드’ 도입 골프장 등장

바쁜 사람들을 위해 최근에는 6홀이나 9홀 골프코스가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모나크듄스의 챌린지코스는 아예 12개홀만 갖춘 코스로 지어졌다. 미시간주 센트레빌의 아일랜드힐스GC는 5, 7, 9, 12홀 라운드가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인근의 엘마체로GC에는 주니어와 비기너를 위한 4, 5홀 라운드 상품이 있다.

개장한 지 얼마 안된 플로리다주의 스트림송리조트는 톰 도크와 벤 크렌쇼 등 유명 설계가들이 설계한 명문 36홀 골프장이지만 최근 6홀, 12홀 ‘부분 라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홀 라운드용 파24의 스코어카드도 따로 제작해놓고 있으며 6홀 그린피는 40달러로 책정했다.

또 다른 대안 골프로 ‘풋 골프(foot golf)’가 있다. 이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을 차는 것으로 티샷을 대신한다. 그린에는 대형 홀이 있다. 몇 번을 차서 홀에 넣었느냐가 스코어가 된다. 이외에 매 홀 멀리건(첫 홀 티샷이 잘못됐을 때 벌점 없이 다시 한번 하는 샷)을 주거나 한 홀에 한 번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 매 샷을 티를 꽂고 하게 한다거나 벙커에 들어가면 한 라운드에 한두 번 정도 ‘핸드 웨지(손)’를 쓸 수 있게 한다.

○찬반 양론 뜨거워

대안 골프를 정착시키기 위해 미국은 골프계 인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이미 가동하고 있다. TF팀원인 알파인스키 올림픽 챔피언 보드 밀러는 “학교 운동장 등에서 골프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린이들에게 골프를 배우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는 이를 위해 비공인 클럽도 쓸 수 있게 해야 하고 클럽 제조사가 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두 차례 US오픈 챔피언을 지낸 커티스 스트레인지 ESPN 골프해설가는 “골프게임을 망치는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세숫대야 홀 같은 것들이 현실화되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호사가들의 말장난”이라고 비난했다. 토머스 J 툴레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은 “대안 골프는 골프가 아니라고 본다. 골프의 매력은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룰에 있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골프를 접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인 사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