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제주도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가한 AT&P파트너스 직원들.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가한 AT&P파트너스 직원들.
보험회사 영업맨이던 김경호 씨는 지난 3월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을 대행해주는 소기업 AT&P파트너스(대표 정종철)로 직장을 옮겼다. 연봉은 높지 않지만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에 끌렸다.

출근 첫날 김씨는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야 했다. 이 회사에는 과장 차장 등 직위가 없다. 모두 영어나 한글로 애칭을 만들어 부른다. 몇 시간 뒤 김씨(렉스) 앞으로 전자결제 서류가 하나 도착했다. 회식 참가 신청서였다. 신청서에는 소속과 이름을 쓰는 칸이 있었다. 그 밑에는 ‘(회식에) 참가한다’와 ‘퇴사한다’ 중 하나에 체크하라고 돼 있었다. 김씨는 참가한다에 체크하고 회식으로 출근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김씨가 오후 6시를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려 하자 한 직원이 서류를 가져와 ‘야근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적으라고 했다. 6시 퇴근이 원칙이며, 연장근무는 연말정산 시즌 등 특별히 바쁠 때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직원 7명인 이 회사에는 위원회만 14개다. 지식공유, 독서경영, 감수성위원회 등이다. 감수성위원회는 감성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회식, 워크숍, 공연 관람 등 각종 행사를 기획한다.

‘혼떠추진위원회’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자극하기 위해 ‘혼자 떠나는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대표인 정종철 회계사가 맡고 있다.

AT&P 채용은 특채 공채 독채 잡채 사채 다섯 가지로 이뤄진다. 공채는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을 말하고, 특채는 회사가 필요한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채용이다. 독채는 직접 이력서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사채는 개인 인연으로 채용하는 것이고, 잡채는 아르바이트하던 사람이 공채에 응시하는 것을 말한다.

공채 기준은 독특하다. 세무사 채용기준 100점 만점 중 ‘집착하지 않는다’ ‘소통으로 해결한다’ 등의 항목에 각각 10점이 배정된다. 지난해 공채에 합격한 최정민 세무사는 “부가가치세의 개념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해 비집착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최근 이 회사는 품앗이 제도와 내부 화폐도 도입했다. 예컨대 A프로젝트를 1만6000코인에 한 직원이 낙찰받으면 이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협업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코인을 지급한다. 개인별로 모은 코인은 연말 성과급 배분의 기준이 된다.

정 대표는 “샐러리맨의 천국이라는 일본 미라이공업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AT&P가 연말정산을 해주는 직장인은 현재 5만명이 넘는다. 인천공항공사 유니클로 수출입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20개사가 고객이다. 이 회사는 연말정산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직접 교육한 대학생을 연말정산 시기에 고객사에 파견해준다. AT&P의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이다. 이를 달성하면 직원들은 모두 괌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