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과 현실 사이…거리로 내몰리는 미혼모들
입양기관이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한 한부모가족지원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반대 의견을 내고 여성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헌재는 대한사회복지회 등 사회복지법인 3곳이 “2011년 신설된 한부모가족지원법 20조 4항은 미혼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위헌 결정과 1명 차이다. 해당 조항은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자는 미혼 여성에 대해 기본생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큰 입양기관이 미혼모 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해 미혼모의 자녀 양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부당한 입양, 특히 국외입양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공익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양기관에서 미혼모 시설을 함께 운영할 경우 미혼모에게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큰 자녀 양육보다는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이런 시설에서 출산한 미혼모들이 입양을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다”며 “두 시설을 함께 운영하지 못하게 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이수·이진성·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미혼모가 자녀를 국외 입양시키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지원 부족 때문”이라며 “입양기관이 미혼모시설을 같이 운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소원을 낸 기관들이 오랜 기간 아동 입양과 미혼모 보호에 있어 전문 인프라와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국내 입양의 80%를 담당하고 있다”며 “입양기관과 미혼모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면 입양과 미혼모자 가족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합헌 결정이 나온 것은 모성애를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강제로 키우라고 해서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