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리포트] "무엇이 안될지를 먼저 분석하는 게 우리의 투자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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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구루에게 듣는다
'사모펀드의 제왕'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초저금리 시대 대응법
기존 자산 사는 것보다 없던 인프라 짓는 투자가 유리
'수평적 문화'가 키워드
금융시장은 항상 변해…격식 없애 '창의 투자' 키워야
'사모펀드의 제왕'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초저금리 시대 대응법
기존 자산 사는 것보다 없던 인프라 짓는 투자가 유리
'수평적 문화'가 키워드
금융시장은 항상 변해…격식 없애 '창의 투자' 키워야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57·사진)이 1985년 설립한 블랙스톤을 세계 최대 사모펀드로 키울 수 있었던 건 이 단순한 철학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이 굴리는 자산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2720억달러(약 278조원). 블랙스톤은 “현재의 문제와 경제 상황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늘 다른 사모펀드와는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하며 명성을 쌓아 왔다. 금융위기로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됐을 땐 헐값에 주택을 사들여 미국 최대 임대사업자를 자처했다. 또 5년 넘게 초저금리가 지속되자 블랙스톤은 인수합병(M&A) 시장 가열로 비싸진 기업을 인수하는 대신 직접 에너지와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무실에서 지난달 말 슈워츠먼 회장을 만났다.
▷지금의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나.
“미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실망스러웠던 건 끔찍하게 추운 날씨 때문이었다. 미국 경제는 올해 남은 기간 2.5~3% 성장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도 이 정도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다. 유럽 경제는 잘해야 1%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아시아는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은 3~3.5% 성장할 것으로 본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중국은 워낙 변수가 많아 분기별 연도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점이다.”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어떤 투자 기회를 보고 있나.
“좋은 기회가 상당히 많다. 유럽 부동산이나 부실채권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 금융회사들이 (자본확충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을 팔고 있다. 아시아 부동산도 흥미롭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신용시장이 위축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부동산 소유주나 시행사들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큰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엔 기회다. ”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면.
“에너지와 인프라 투자다.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블랙스톤은 기존의 자산을 사는 대신 없던 인프라를 새로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우간다에 댐을 지었는데 우간다 전기 수요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 최대 풍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린필드’는 전통적인 사모펀드 투자영역이 아니지 않나.
“경제 여건에 따라 자산을 사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것이 더 쌀 때가 있다. 금리가 매우 낮은 지금이 그렇다. 사모투자의 목표는 ‘투자자들을 위해 안전하게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투자영역을 좁게 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블랙스톤은 주식시장보다는 8~9%포인트, 부동산시장에 비해선 1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 왔다.”
▷지난 몇 년 새 블랙스톤이 미국 최대의 단독 주택 임대사업자가 됐다고 하는데.
“금융위기 직후 미국 주택 가격은 40% 급락했다. 가장 빠르게 회복할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 투자를 통해 노린 건 두 가지였다. 첫째는 집값 회복에 따른 차익, 둘째는 주택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이었다. 우리는 85억달러를 투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4만3000채의 단독 주택을 샀다. 그리고 전기공, 목공, 페인트공을 고용해 집을 고친 후 집을 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임대했다. 세입자들은 목돈이 없어도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으니 좋고, 집을 수리하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은 일자리가 생겨서 좋고, 투자자들은 돈을 벌어서 좋다. ”
“나는 30년 동안 사모펀드에서 일했다. 아주 작은 리스크로 매우 큰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분석과 경험, 그리고 인재가 필요하다. 3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배운 건 참을성이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다.”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집행하라는 압력을 받진 않나.
“역사적으로 볼 때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를 압박하는 시점은 늘 좋지 않은 시점이었다. 바닥이 아닌 정점에서 투자하라고 한다.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좋은 공을 기다리는데 자꾸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하지만 블랙스톤은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기로 한 후 5~6년 동안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적절한 때에 가장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다른 사모펀드 웃도는 수익률 비결은.
“첫째, 우리는 단순한 사모펀드가 아니다. 부동산, 대출, 헤지펀드 등 다양한 종류의 투자를 한다. 둘째, 이런 투자를 전 세계에서 한다는 점이다. 각 국가와 지역은 저마다의 경기 사이클이 있다.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 다른 회사에 비해 빨리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투자분석을 할 때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무엇이 잘될지를 분석한다. 투자자들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훈련한다. 이것이 우리의 ‘비밀 요리법’이다.”
▷매니저들의 역량도 중요할 텐데.
“블랙스톤은 똑똑하면서도 협력적인 사람을 뽑아 수평적 시스템에 맞게 훈련시킨다. 누구라도 회장인 나를 복도에서 막아 세우고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강점은 빠르고 격식 없는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왜 중요한가.
“금융시장은 항상 변한다. 예를 들어 모든 경기침체기는 저마다의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변화에 깨어 있어야 한다. 블랙스톤의 문화는 ‘평생 학습’ 문화다. 수평적인 문화라야 모든 사람들이 서로 배울 수 있다.”
▷한국에서도 투자 기회를 보고 있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미 한국 내 사모펀드가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다만 우리는 한국의 기관투자가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슈워츠먼은 누구
1985년 블랙스톤 설립…세계 최대 사모펀드社로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예일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첫 직장으로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를 택했다. 그리고 31세에 전무급 임원으로 승진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인터뷰에서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게 초고속 승진의 비결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리먼브러더스가 경영학석사(MBA)를 뽑은 첫해에 입사했고, 당시는 베이비 붐 세대가 결혼하고 집을 사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때였다”며 “1947년에 태어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1985년 상사였던 피터 피터슨 리먼브러더스 전 회장(전 미국 상무부 장관)과 함께 당시엔 개념조차 생소했던 사모펀드 ‘블랙스톤’을 설립했다. 그는 설립 계기에 대해 “작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초 미국 증권업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200년 동안 유지됐던 주식거래 고정수수료 제도가 1975년에 없어지면서 많은 증권사가 망했고, 리먼브러더스 등 일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대형화가 이뤄졌다. 그는 잘 아는 사람들과 팀워크를 이뤄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2000여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작은 회사라는 느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누가 새로 고용됐는지, 우리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인지, 신중하게 투자하는지 등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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