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 든 정체불명의 인물·차량 방문자 감시

지난달 31일 유병언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해 경찰이 강제 수색한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주택은 요새나 다름없었다.

2층 규모의 원형 주택에 조립식 부속 건물이 딸려 있는 건물은 현재 농자재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실제로 주택 내부에는 요소나 비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 저장로 등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해당 시설에는 주말마다 주차할 곳이 부족할 만큼 차들이 몰려와 기도하고 떠나곤 하던 곳이다.

경찰 추정대로 유병언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한다면 도주에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집주변이 조경수로 둘러싸여 어느 방향으로든 도주할 수 있고, 특히 집 외각 공터로 빠져나가는 연못 위로 다리가 놓여 있어 출입문으로 누군가 방문한다면 충분히 도주할 수 있는 구조였다.

출입문 쪽은 주택의 2층으로 통해 밖에서 보면 1층 주택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지하 1층이 더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은 길을 헛갈릴 만한 구조였다.

다리를 통과하면 텃밭을 지나 무릎높이의 풀밭이 50여m 펼쳐져 있었는데 풀밭은 최근 사람이 지나간 듯 한쪽 방향으로 눕혀져 있었다.

그리고 텃밭으로 향하는 쪽문 주변에는 유씨 일가의 영농조합이 제주에서 생산한 우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유병언이 은신한 순천 흑염소 식당 인근 통나무 집도 마찬가지였다.

입구가 두 개고 산 쪽으로든 대로변으로든 도주로가 여러 개인 점이 닮아 있었다.

전날 경찰이 해당 주택을 압수수색한 것이 알려지면서 몇몇 언론사가 주택 내외부를 촬영하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외제차량 한 대도 눈에 띄었다.

이 차량은 취재진을 따라다니며 관찰하다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현장에서 만난 유병언 검거팀 경찰은 "해당 차량이 구원파 신자일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병언 은신처로 추정되는 장소에서는 여전히 무전기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찰의 동태나 방문자를 살피는 구원파 신자의 차량이 자주 목격된다고 경찰은 말했다.

유병언이 잠시 은신한 뒤 도주한 통나무집 인근 흑염소 식당에서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교인들 5~6명이 식당에 딸린 밭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었다.

한 신자는 현장에서 "어제 검찰이 이미 동행을 요구해 조사를 받고 왔다"고 말하며 "식당주인의 부탁으로 썩어가기 전에 신자들이 모여 양파를 수확하고 흑염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아직 유병언이 순천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도주한 지 수일이 지난 뒤에서야 인근 4㎞이내 주택 수색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은 검찰 측에서 "유병언의 흔적을 3곳에서 발견했다"는 정보가 있으나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순천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