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전남 순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집중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도피에 사용했던 차량이 전북 전주에서 발견되는 등 이미 순천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이 순천이나 인근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충분한 경찰 인력과 함께 외곽을 차단하고 수색 중이며 점차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도주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은색 쏘나타 차량을 추적해왔다. 그러나 이 차량은 지난 29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 대송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발견돼 전주지검으로 옮겨졌다.

30일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장례식장 측에 따르면 25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유 전 회장과 체격이 비슷한 남성과 검은 상복을 입은 여성 한 명이 내렸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내린 후 장례식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주차장 울타리를 넘어 인접한 주유소 방향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유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순천 주변 도로 CCTV를 분석한 결과 이 차량은 이미 24일 오후 순천 톨게이트 인근 주유소를 이용한 뒤 같은 날 오후 6시40분쯤 구례 방면 국도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실제 도주한 것이 아니라 추적 작업에 혼선을 주기 위해 ‘교란 작전’을 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러 차량만 다른 도시로 보내 빠져나간 것처럼 꾸며 수사기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전주에서 유 전 회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벤틀리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추격전을 벌였으나 오인신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근으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인 양회정 씨(55)가 현재 차량 운전 등을 도맡아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고 26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