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예인 '퍼블리시티권' 인정 못해"
자신의 초상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법원이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김명한)는 배우 민효린 씨와 가수 유이 씨가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의사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성형외과·피부과 병원 홈페이지에 두 연예인의 사진과 예명을 동의 없이 사용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두 사람은 이씨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의 의미, 범위, 한계 등이 아직 명확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연예인 사진과 이름으로 사람을 유인했다는 사정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씨가 원고들 사진과 이름을 사용해 직접 어떤 수익을 얻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심과 다른 판결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우리 법이 퍼블리시티권에 관해 아직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해석상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씨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예인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 하급심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저마다 다른 해석과 결론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온 적이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배우 신은경 씨가 한의사 2명을 상대로 제기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씨에게 총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