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틱장애, 다그치면 더 나빠진다!
[이선영 기자] 초등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박은희(36세, 가명)씨는 몇 달 전부터 경련이 일어난 듯 목을 까딱거리는 버릇이 생긴 아이가 걱정이다. 나쁜 습관이 생겼다고 여긴 박씨는 버릇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며 아이가 목을 움직일 때마다 심하게 다그쳤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아이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목을 더욱 빈번히 까딱거리면서 ‘윽-윽’ 거리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녀가 눈을 깜박이거나 입술을 오므리고 머리를 흔들거나 킁킁, 그르렁거리는 등의 소리와 행동을 반복한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행동을 나쁜 습관이라 여겨 아이를 나무라거나 다그치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상태가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틱장애’ 아이들이다.

틱장애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전체 아동 10명 중 1∼2명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높은 발생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증상을 ‘틱장애’가 아닌 일종의 ‘나쁜 버릇’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두뇌질환 전문 수인재한의원 안상훈 원장은 “대부분의 틱 증상은 떨쳐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고 반복되는 신체적 찜찜함을 특정 행동이나 음성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에 부모에게 지적을 받는다고 해도 증상을 멈출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부모의 야단치거나 다그치는 행위는 아동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느껴져 심리적 불안감이 조성되고 스트레스가 증가됨으로써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정서상의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다”라고 덧붙여 주의를 주었다.

◇ ‘깜박깜박, 씰룩씰룩’ 틱장애, 다그치면 심해져

틱장애는 뚜렛장애, 만성 틱장애, 일과성 틱장애로 나눌 수 있다. 그 원인은 기본적으로 두뇌 시스템이 불안정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며 근본엔 과도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있어 틱장애 아동은 대부분 불안감이 크고 스트레스에 민감한 편이다.

증상은 아이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신체의 일부를 경련하듯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틱’을 들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머리 쪽에서 갑작스런 움직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눈을 깜박거리거나 눈을 치켜뜨고 목을 까딱거리는 등의 움직임이 생기는 것이다.

이후 팔, 다리 부분으로 내려가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팔다리에 힘을 주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전날엔 코를 킁킁거리다가 다음날엔 눈을 깜박이는 식으로 증상이 바뀌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단순한 움직임 위주였던 운동틱이 악화될 경우에는 자신을 때리거나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기, 물건을 던지거나 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등의 복합운동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더 심한 경우는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외설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음성틱’의 형태도 많다. ‘퉷퉷’, ‘그르렁’, ‘킁킁’ 등의 가래 뱉는 소리, ‘음음’, ‘끙끙’ 거리는 소리, 기침소리 등을 내뱉는다. ‘악’, ‘윽’ 등의 비명소리나 동물울음 소리를 흉내 내고 입술 빠는 소리,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상황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단어나 문장으로 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다. 가만히 잘 있던 아이가 갑자기 ‘멍청이-멍청이’, ‘그만-그만’ 등의 말을 내뱉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거친 욕설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처음 본 사람들의 경우 오해로 인해 싸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뚜렛장애’로 따로 분류한다. 뚜렛장애는 위의 틱증상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거나 외설스러운 욕을 하는 ‘욕설틱’이 전체 환자의 1/3에서 관찰될 정도로 여러 문제가 동반된다.

다행히도 이런 증상은 드물며 특히 음란한 말하기는 청소년기 이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뚜렛 장애를 가진 아동의 절반 정도는 강박증, ADHA, 학습장애와 같은 다른 정서적, 행동적 장애를 보여 함께 동반되는 다른 정신과적 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주의할 것은 심리적으로 긴장, 흥분 등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때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지고 장기화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틱장애 아이들은 시험 볼 때, 책을 읽을 때, 남 앞에서 발표할 때 증상이 심해진다. 야단맞거나 놀림당할 경우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 TV시청, 컴퓨터게임 줄이고 심리적으로 안정해야

틱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증상이 나타날 시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혼내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주변사람들이나 또래 친구들에게도 아이의 상태를 설명해 놀림을 받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더불어 틱증상이 부쩍 줄었을 경우에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의 심리변화를 불러오는 주변요소들을 제거하는 것도 좋다. 특히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 등은 아이의 흥분상태를 조장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되도록 삼가도록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학습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학교공부나 과외공부 등에 대한 강압적인 환경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이 앞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이러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틱 증상이 잦거나 개선되지 않고 계속될 때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틱장애는 늦게 발견되어 치료가 늦게 시작될수록 성인기로 이어질수록 예후가 좋지 않아 조기발견을 통한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병이다.

일각에서는 신경증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틱장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뇌에서 비롯된다. 틱장애는 유전적인 요인이나 외부의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뇌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틱장애 치료도 뇌의 문제로 인한 것에 중점을 두어 시행한다.

안 원장은 “틱장애치료는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운동틱인지 음성틱인지, 둘 다 있는지, 또 단순틱인지 복합틱인지 등 증상을 세분해서 한약을 처방하고 뇌가 안정될 수 있도록 신경학적 훈련을 병행하면 훨씬 치료가 잘 되고 재발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수인재한의원에선 먹기 편한 맞춤한약과 무통침으로 아이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자율신경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하는 바이오피드백훈련 등을 통해 틱장애를 치료한다. 또 부설 두뇌훈련센터인 ‘수인재두뇌과학’에선 최첨단두뇌훈련을 통해 취약한 신경계를 강화시킨다.

특히 한방에서는 틱장애를 간, 쓸개, 심장 등의 문제로 보는데 한방에서 말하는 간, 쓸개, 심장은 양방에서 말하는 장부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주로 뇌의 정신적인 기능과 관련된 개념으로 임상상 이를 조절하는 약물과 침 치료가 틱장애 개선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뇌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신경학적 훈련으로는 두뇌가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각통합훈련이나 호흡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바이오피드백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해 틱 치료 및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을 준다.

바이오피드백훈련은 서울대학교 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좋은 신경학적 훈련방법이다.

현재 강남역 부근에서 수인재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상훈 원장은 국내 틱장애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의료인으로 꼽힌다. 한의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틱장애 치료에 한의학적 방법뿐만 아니라 심리학, 신경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세대 상담심리 석사, 서울대 인지과학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지식을 틱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영화 ‘디 오드 라이프 오브 티모시 그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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