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배 게임·참새 짹짹 앱 등 개발
박사 후 과정 없이 이례적 임용
박씨는 7세 때부터 게임에 몰두해온 소위 ‘게임 폐인’이었다. 중학교 때는 조이스틱을 이용한 비디오 게임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이라는 오락실 댄스 게임에 빠져 살았다. 이 때문에 그는 재수를 한 끝에 2002년 KAIST에 입학할 수 있었다.
KAIST 입학 후 성적도 안 좋았다. 하루에 서너 시간은 게임하는 데 썼다. 학과 공부보다는 KAIST 게임 제작 동아리 ‘HAJE’에 들어가 게임을 직접 만드는 데 더 집중했다. 친구들과 함께 피처폰에서 작동하는 퍼즐게임을 만들어 KT(당시 KTF)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 같은 배경은 그의 강점으로 변했다. 일상적인 활동에 게임을 접목해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면서 운동, 지능계발, 사회성 증진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오리배 게임’이다. 달리는 속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러닝머신 원리를 이용, 두 사람이 달리는 속도 차이로 방향을 조절하는 게임이다. 사람들이 헬스장을 중도에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혼자서 하는 운동이 지루하기 때문이란 점에 착안했다. 그는 이외에도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애플리케이션,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 게임 등을 개발했다.
지도교수였던 송준화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게임 개발만으로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건 처음”이라며 “남의 연구를 따라하지 않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게임을 만든 게 교수 임용으로까지 이어진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달로 예정됐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입사도 포기하고 교수직을 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