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로 되새겨본 류현진의 '7이닝 퍼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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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그렇다고 하지요. 마음먹은 대로 다 된다면 그게 어디 ‘야구’겠습니까? 인생처럼.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 MLB의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소속 류현진 선수가 청마의 해 2014년 5월 27일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초대형 사고를 칠 뻔’ 했지요.
최초의 미국 프로야구단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해서입니다. 때문에 모든 팬들은 “안타깝다”는 장탄성을 한꺼번에 쏟아냈을 터입니다. 류현진이 8회 초 이 팀의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왼쪽선상 2루타를 맞는 그 순간에.
야구는 흔히 기록의 경기라고 부릅니다. 그 기록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수치로 환산하는 게 특징이고요. 류현진은 ‘묘한’ 마력을 가진 투수란 평가입니다.
때로 경기에서 이 같은 특수한 기록적 상황을 만들어 팬과 언론으로 하여금 시선집중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서 일군 특수한 경기 내용을 영단어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Perfect”=“첫 안타를 맞으니 ‘대기록은 아무나 세우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7이닝 동안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은 완벽한 투구를 하다 8회초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해 퍼펙트게임을 놓친 아쉬움을 굳이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만 “큰 기록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 줘야 하는데 오늘은 운이 안 따라줬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류현진이 ‘운’이란 말까지 동원한 대기록 ‘퍼펙트게임’은 선발 투수가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책으로 승리를 한 경기를 일컫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투구를 한 투수만 얻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야수의 도움과 운도 함께 따라야 가능합니다. 까닭에 145년의 역사를 가진 MLB에서도 이 기록은 단 23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합니다.
만약 류현진이 이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면 다저스로선 1965년 9월 10일 샌디 쿠펙스 이후 49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고 하는데… 7회말 공격 상황에서 타점과 득점을 올리며 그의 어깨가 식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Curve”=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7이닝 동안 21명의 타자에게 연속 범타를 유도한 원동력은 구속이 고작 116km (최저)에 불과한 커브에서 비롯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느린 커브는 류가 이날 던진 95개의 공 중 22.1%인 21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고요. 이외 구종은 직구 48개 (51.6%), 체인지업 17개 (17.9%), 슬라이더는 9개 (8.4%).
류현진이 이날 구사한 커브의 비중은 평균치 보다 무려 10%P (포인트)를 넘어선 거라고 합니다. [출처=연합뉴스가 미국 스포츠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류현진의 구종 별 구사율은 직구 54.2%, 체인지업 19.3%, 슬라이더 15%, 커브 11.5%로 나타납니다.]
이날 커브는 한층 빨라진 직구 (최고구속 153㎞·평균 149㎞)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위력을 더했습니다. 최고와 최저의 구속 차이가 무려 37km에 이르다 보니 상대팀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상황에 처했지요. 결과는 헛방망이질.
예컨대 3회 초 1사 후 라몬 산티아고에게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0㎞짜리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류현진은 121㎞의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습니다. 이런 장면을 통해 류현진은 이닝당 1개꼴인 총7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Jinx”=류현진은 이 경기가 최종스코어 4대 3으로 끝나면서 2014 시즌 들어 처음으로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승리 (5승2패)를 챙겼습니다.
류현진은 이에 앞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 경기에서 2패만 기록했을 뿐 승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9.00에 이르는 형편이고요. 이에 따라 “홈에서 겪는 2년차 징크스”란 말을 듣는 실정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불펜진이 불을 질러 자책점이 3점이나 됐지만 7이닝 동안 퍼펙트한 투구로 지긋지긋한 홈징크스도 훌훌 털었습니다.
♠“Unbelievable”=미국 LA타임스는 류현진이 이날 7.1이닝 동안 사4구 없이 3안타만 내준 경기를 한 데 대해 전날 조시 베켓의 '노히트노런' 기록과 견주며 "믿기 어려운 (unbelievable) 위력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베켓이 다저스 역사상 21번째 노히트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류현진은 8이닝에 이를 때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Urgent”=AP통신은 이날 경기에서 7회말 다저스의 공격이 끝난 뒤 기사 제목 앞에 '긴급'(Urgent)을 표시해 “류현진이 퍼펙트게임을 8회로 가져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비록 8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줘 류현진의 퍼펙트게임은 무산됐지만, AP통신이 긴급뉴스로 전할 정도로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은 외국 언론에서 크게 주목 받았는데요.
외신이 이처럼 호들갑을 떤 이유는 류현진 개인의 기록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아직 두 게임 연속으로 노히트 (No hitter) 경기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됐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 MLB의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소속 류현진 선수가 청마의 해 2014년 5월 27일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초대형 사고를 칠 뻔’ 했지요.
최초의 미국 프로야구단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해서입니다. 때문에 모든 팬들은 “안타깝다”는 장탄성을 한꺼번에 쏟아냈을 터입니다. 류현진이 8회 초 이 팀의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왼쪽선상 2루타를 맞는 그 순간에.
야구는 흔히 기록의 경기라고 부릅니다. 그 기록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수치로 환산하는 게 특징이고요. 류현진은 ‘묘한’ 마력을 가진 투수란 평가입니다.
때로 경기에서 이 같은 특수한 기록적 상황을 만들어 팬과 언론으로 하여금 시선집중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서 일군 특수한 경기 내용을 영단어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Perfect”=“첫 안타를 맞으니 ‘대기록은 아무나 세우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7이닝 동안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은 완벽한 투구를 하다 8회초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해 퍼펙트게임을 놓친 아쉬움을 굳이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만 “큰 기록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 줘야 하는데 오늘은 운이 안 따라줬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류현진이 ‘운’이란 말까지 동원한 대기록 ‘퍼펙트게임’은 선발 투수가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책으로 승리를 한 경기를 일컫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투구를 한 투수만 얻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야수의 도움과 운도 함께 따라야 가능합니다. 까닭에 145년의 역사를 가진 MLB에서도 이 기록은 단 23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합니다.
만약 류현진이 이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면 다저스로선 1965년 9월 10일 샌디 쿠펙스 이후 49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고 하는데… 7회말 공격 상황에서 타점과 득점을 올리며 그의 어깨가 식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Curve”=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7이닝 동안 21명의 타자에게 연속 범타를 유도한 원동력은 구속이 고작 116km (최저)에 불과한 커브에서 비롯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느린 커브는 류가 이날 던진 95개의 공 중 22.1%인 21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고요. 이외 구종은 직구 48개 (51.6%), 체인지업 17개 (17.9%), 슬라이더는 9개 (8.4%).
류현진이 이날 구사한 커브의 비중은 평균치 보다 무려 10%P (포인트)를 넘어선 거라고 합니다. [출처=연합뉴스가 미국 스포츠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류현진의 구종 별 구사율은 직구 54.2%, 체인지업 19.3%, 슬라이더 15%, 커브 11.5%로 나타납니다.]
이날 커브는 한층 빨라진 직구 (최고구속 153㎞·평균 149㎞)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위력을 더했습니다. 최고와 최저의 구속 차이가 무려 37km에 이르다 보니 상대팀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상황에 처했지요. 결과는 헛방망이질.
예컨대 3회 초 1사 후 라몬 산티아고에게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0㎞짜리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류현진은 121㎞의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습니다. 이런 장면을 통해 류현진은 이닝당 1개꼴인 총7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Jinx”=류현진은 이 경기가 최종스코어 4대 3으로 끝나면서 2014 시즌 들어 처음으로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승리 (5승2패)를 챙겼습니다.
류현진은 이에 앞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 경기에서 2패만 기록했을 뿐 승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9.00에 이르는 형편이고요. 이에 따라 “홈에서 겪는 2년차 징크스”란 말을 듣는 실정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불펜진이 불을 질러 자책점이 3점이나 됐지만 7이닝 동안 퍼펙트한 투구로 지긋지긋한 홈징크스도 훌훌 털었습니다.
♠“Unbelievable”=미국 LA타임스는 류현진이 이날 7.1이닝 동안 사4구 없이 3안타만 내준 경기를 한 데 대해 전날 조시 베켓의 '노히트노런' 기록과 견주며 "믿기 어려운 (unbelievable) 위력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베켓이 다저스 역사상 21번째 노히트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류현진은 8이닝에 이를 때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Urgent”=AP통신은 이날 경기에서 7회말 다저스의 공격이 끝난 뒤 기사 제목 앞에 '긴급'(Urgent)을 표시해 “류현진이 퍼펙트게임을 8회로 가져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비록 8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줘 류현진의 퍼펙트게임은 무산됐지만, AP통신이 긴급뉴스로 전할 정도로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은 외국 언론에서 크게 주목 받았는데요.
외신이 이처럼 호들갑을 떤 이유는 류현진 개인의 기록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아직 두 게임 연속으로 노히트 (No hitter) 경기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됐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