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EU정당 대약진…유럽, 경제통합 늦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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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이변…佛 국민전선·英 독립당 등 '극우' 최다 득표
은행동맹 등 금융개혁안 차질 가능성
실업·경기침체 원인…그리스는 '극좌'가 1위
은행동맹 등 금융개혁안 차질 가능성
실업·경기침체 원인…그리스는 '극좌'가 1위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이 브뤼셀을 강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끝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반(反)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내건 정당들이 약진하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 당당히 진입하게 됐다는 의미다.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이 전체 제1당을 유지했지만 EU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 극좌 정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가량을 확보해 강력한 비토세력으로 부상하게 됐다.
◆확산되는 반EU 정서
22~25일 나흘간 실시된 이번 제8대 유럽의회 선거의 최대 이변은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이 26%의 지지율을 기록(출구조사 결과)하며 창당 40년 만에 전국단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유럽의회의 프랑스 의석(74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석을 차지할 수 있는 지지율이다.
불과 5년 전 3석보다 크게 늘어나 EU 다른 국가의 군소정당과 연합해 교섭단체까지 결성할 전망이다. 반면 우파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속한 집권사회당(PS)의 지지율은 각각 21%와 14%에 그쳤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EU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광범위한 거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프랑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이 득표율 29%를 기록하며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영국 역사상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108년 만이다. 그리스도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26% 넘는 지지율로 집권여당을 눌렀다. 독일에서는 유로화 통용을 반대해온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7%의 지지율을 확보해 원내 입성에 성공하게 됐다.
◆고실업·성장정체가 원인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경기침체가 기존 주요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이후 해결되지 않은 실업문제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유권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 극우정당이 선전한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실업률이 10%가 넘고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수십년에 걸쳐 누적된 금융, 경제, 사회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EU 회의론자 비중이 급증하면서 통합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U는 2002년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 재정정책에 이르는 경제적 통합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경제통합 후에는 국방, 외교 등까지 포괄하는 보다 강력한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당장 지난달 승인된 은행동맹 등 금융개혁안부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은행동맹은 유로존 은행을 총괄 감독하는 범국가적 관리 기구를 창설, 유로존 내 부실은행 지원과 청산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인데 도입 여부를 놓고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FT는 “유럽회의론자, 반EU 통합정당 등의 기치를 내건 극우, 극좌 정당의 의석 수를 합치면 230석 안팎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할 경우 EU 통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끝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반(反)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내건 정당들이 약진하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 당당히 진입하게 됐다는 의미다.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이 전체 제1당을 유지했지만 EU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 극좌 정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가량을 확보해 강력한 비토세력으로 부상하게 됐다.
◆확산되는 반EU 정서
22~25일 나흘간 실시된 이번 제8대 유럽의회 선거의 최대 이변은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이 26%의 지지율을 기록(출구조사 결과)하며 창당 40년 만에 전국단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유럽의회의 프랑스 의석(74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석을 차지할 수 있는 지지율이다.
불과 5년 전 3석보다 크게 늘어나 EU 다른 국가의 군소정당과 연합해 교섭단체까지 결성할 전망이다. 반면 우파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속한 집권사회당(PS)의 지지율은 각각 21%와 14%에 그쳤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EU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광범위한 거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프랑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이 득표율 29%를 기록하며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영국 역사상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108년 만이다. 그리스도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26% 넘는 지지율로 집권여당을 눌렀다. 독일에서는 유로화 통용을 반대해온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7%의 지지율을 확보해 원내 입성에 성공하게 됐다.
◆고실업·성장정체가 원인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경기침체가 기존 주요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이후 해결되지 않은 실업문제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유권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 극우정당이 선전한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실업률이 10%가 넘고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수십년에 걸쳐 누적된 금융, 경제, 사회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EU 회의론자 비중이 급증하면서 통합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U는 2002년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 재정정책에 이르는 경제적 통합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경제통합 후에는 국방, 외교 등까지 포괄하는 보다 강력한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당장 지난달 승인된 은행동맹 등 금융개혁안부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은행동맹은 유로존 은행을 총괄 감독하는 범국가적 관리 기구를 창설, 유로존 내 부실은행 지원과 청산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인데 도입 여부를 놓고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FT는 “유럽회의론자, 반EU 통합정당 등의 기치를 내건 극우, 극좌 정당의 의석 수를 합치면 230석 안팎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할 경우 EU 통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