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우회상장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해 증시에 입성키로 하면서 우회상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우회상장은 한때 부실기업의 편법적 상장도구로 평가되면서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았다. 2012년 말 기업공개 촉진을 위해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도 활성화되고 있어 우회상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회상장 건수(스팩 합병 포함)는 2010년 25건에서 관련 실질심사가 도입된 2011년 8건으로 추락한 후 2012년 4건, 지난해에는 3건에 불과했다.

우회상장은 과거 비상장사가 손쉽게 기업공개를 실현하는 통로로 애용돼 왔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도 상장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상장기업인 오알켐과 합병해 증시에 입성했다.

2010년 우회상장기업인 네오세미테크가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 10개월 만에 증시에서 최단기로 퇴출되자 우회상장 규제의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당국은 2011년 1월 우회상장 심사 기준을 크게 높이고 상장사와 합병하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엄격히 산정토록 규제를 강화했다. 비상장사 수익 가치를 구할 때10% 이상 이율로 나누는 방식의 자본환원율 규제를 도입했다. 상장사와는 달리 비상장사는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가격이 없기 때문에 기업가치 ‘뻥튀기’가 벌어지기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우회상장이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하자 금융당국은 다시 규제를 완화했다. 비상장사의 수익가치를 합병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산정토록 2012년 12월 자본환원율 규제를 없앴다. 지난해에는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고 엔터테인먼트사인 JYP와 카카오 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가 우회상장을 했다.

우회상장을 돕기 위해 2010년 첫선을 보인 스팩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팩은 공모과정을 거쳐 먼저 상장된 후 비상장사와 합병해 우회상장시키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선데이토즈도 지난해 스팩과의 합병으로 상장됐다. 올해에는 10개 안팎의 스팩이 등장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 KB증권 등이 올해 스팩을 선보였고, 이외에 하이투자 교보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LIG투자 등 증권사도 스팩을 준비하고 있다.

스팩에 투자하는 전문업체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우회상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스팩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거래소에서도 스팩을 장려하는 움직임이어서 앞으로 우회상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