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업계 2위인 ‘다음’ 브랜드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톡’ 브랜드로 잘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 1위업체인 카카오가 회사를 합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지요.
두 회사의 결합 (합병기일 10월 1일 예정)이 완료되면 현재 가격으로 따져 시가총액이 3조4000억원 (다음 약1조590억원, 카카오 약2조3500억원 평가)에 이릅니다. 통합 법인의 직원수는 2200명 (다음 1600명, 카카오 600명)선.
이 경우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단백질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시가총액 5조69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두 회사의 결합에서 감춰진 내용을 살폈습니다.
둘의 합병은 우선 우리나라 IT벤처분야에서 성공 역사를 쓴 1세대 창업자 ‘김범수’와 ‘이재웅’의 의기투합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으로 꼽힙니다.
김범수는 나중에 네이버 운영사 NHN과 회사를 합친 한게임 창업자 (후에 NHN을 나와 카카오 창업)입니다. 이재웅은 다음의 최초 설립자 (현재는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고요.
때문에 “다음의 인터넷 포털 영향력 강화와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 강화가 맞물리는 긍정적인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는 시장의 반응입니다.
김범수와 이재웅, 두 사람이 각각 의장을 맡고 있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서 예상을 뒤집은 사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초 시가총액으로 따질 경우 두 배가 넘는 카카오가 인수주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카카오다음’이 일반적 추정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양측은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형태를 취하기로 하고 ‘다음카카오’로 발표했습니다.
합병비율은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1 대 1.556으로 하되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발행하는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다음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파워를 감안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합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통합법인 완료 후 지분 구도를 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한 것이 ‘실질’이라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예컨대 법인통합 완료된 이후 지분 구도가 그렇습니다.
명목상 피합병업체인 카카오 창업자로 이 회사의 지분을 29.9% 가진 김범수 의장은 통합이 확정되면 이재웅 의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합니다. 김범수 의장은 합병 후 500만주의 신주를 받아 198만주의 이재웅 의장을 훨씬 능가합니다.
이번 국내 IT계의 메머드급 인수합병에서 이 같은 ‘실질’이 가진 의미는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입니다. IT계 후발주자 모바일이 선발주자인 PC인터넷을 ‘사실상’ 들이켰기 때문입니다.
포털사이트 2위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글로벌 IT시장의 대세가 PC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렀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의 급속한 부상을 보고 ‘마이피플’이라는 대항마를 만든 게 대표적입니다. 특히 다음은 마이피플에 ‘음성전화’ 기능을 넣어 차별화하는 모습까지 선보였습니다.
이 회사는 모바일 메신저의 모델로 최고 인기의 소녀시대를 써 카카오톡을 정면으로 겨냥한 공격적인 광고도 진행했지요. “말 을 해봐... 카카오톡 !”이라고.
그러나 ‘말하는’ 마이피플은 따라잡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말 못하는’ 카카오톡에 밀렸습니다. 이제는 거의 포기한 실정이란 관련업계의 지적입니다.
이는 변화의 속도가 광속인 IT시대에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쫓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가를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란 설명입니다. 결국 이런 점이 다음측으로 하여금 이번 합병협상에 나서도록한 큰 배경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뜬금 없지만 이 대목은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격언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기도 하네요.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