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사진 신경훈 기자
신림동 고시촌. 사진 신경훈 기자
2017년까지 선발 인원 축소…390명→240여명 수준
수험생들 "불만보다 불안해"…"관피아 해결책은 글쎄"


정부가 공무원 선발과 관련, 5급 공채(구 행정고시) 선발 규모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에는 5급 공채 대 민간경력채용 비율을 5 대 5로 조정하기로 했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이른바 '관피아 척결' 등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사회 혁신 추진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때문에 올해 390여명 수준인 5급 공채 선발 인원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150여명을 줄여 240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2017년은 마지막 사법고시가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사법고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한 끝에 2017년 50명 선발(당해 1차 시험 없이 2차 시험, 3차 면접 시험만 진행)을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다만 그 존폐 여부를 두고는 아직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시생들은 사시가 폐지되는 것처럼 5급 공채 역시 점진적 축소 이후 완전히 폐지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5급 공채 축소가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들에 대한 문제 제기로 불거진 '고시 폐지' 움직임의 일환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정부의 발표 이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어두운 표정의 고시생들이 눈에 띄었다. 2차 시험을 앞둔 이들은 크게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수험생들은 "대안 없이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과연 공채 규모 축소로 관피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수험생 배모(27) 씨는 "불만에 앞서 불안이 더 크다"며 "공무원 선발은 국가운영에서 핵심인데 공채를 줄이는 것이 진짜 국민의 뜻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황스러운 분위기는 대학 내 행정고시반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모 사립대 행정고시반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정부 발표 직후 하나둘씩 모여 심각하게 대화하더니 나를 찾아와 '어떡하냐', '공부하기 싫다'며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3년간 준비했다고 밝힌 양모(26) 씨는 "갑자기 이런 발표가 나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투자한 시간은 많은데 갑자기 진로가 불투명해져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5급 공채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한 수험생은 "행시로 뽑힌 지금의 공무원들이 민간경력자들을 학연이나 지연 없이 공정하게 뽑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민간경력자 채용의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라는 글을 올리며 "상대적으로 '진짜 가진 자'들의 공공분야 진입은 오히려 민간경력자 시스템하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갑론을박이 벌어진 곳도 있었다. 서울대생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익명의 학생은 "지금까지는 고시 출신들의 텃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앞으로 행시가 없어지고 민간채용이 확대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뽑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학생은 "7, 9급 공무원들은 여전히 폐쇄적으로 채용되는데 과연 그들과의 문제는 없을까. 이런 문제를 독단적으로 정하려는 태도가 가장 문제인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