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장에 ‘공기업=신의 직장’ 공식은 변하지 않았다. 혁신도시(지방)로의 이전이 속속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복리후생비까지 대폭 삭감됐지만 공채 경쟁률이 계속 치솟고 있고 이직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취업난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더 치솟은 공기업 취업 경쟁률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가 105명의 신입사원을 뽑겠다며 실시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험에는 1만3860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은 132 대 1. 지난해 상반기 한전 공채 경쟁률은 75 대 1, 2012년엔 56 대 1 이었다. 매년 경쟁률이 두 배 가까이 치솟는 셈이다. 올해 한전의 공채 경쟁률은 웬만한 주요 기업 공채 경쟁률보다 높은 숫자다. 지난해 기업은행 하반기 공채 경쟁률은 95 대 1, 현대중공업그룹은 64 대 1이었다.

이미 경남 진주시로 본사를 옮긴 남동발전의 지원율도 오히려 올랐다. 2012년 22.4 대 1 수준이던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은 지난해 31.7 대 1에서 올해 45.2 대 1로 뛰었다.

올해 말부터 충남 태안, 울산, 부산 등 지방 혁신도시로 내려가게 돼 있는 다른 발전 공기업들의 공채 경쟁률도 마찬가지다. 2012년 24.9 대 1이던 중부발전 공채 경쟁률은 올해 128.4 대 1로 5배 가까이 뛰었다. 2011년 86 대 1이던 동서발전 공채 경쟁률은 지난해 148 대 1로, 2011년 44.5 대 1 이던 서부발전 경쟁률은 지난해 70.2 대 1로 높아졌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쟁률도 2011년 70.6 대 1, 2012년 63.5 대 1에서 지난해 87 대 1로 올랐다.

지방 이전에 ‘방만 경영’, ‘과다 부채’ 딱지까지 붙은 공기업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10.0%로 전년 동기(8.4%)보다 1.6%포인트 올랐다. 김현우 중부발전 인사팀 차장은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지방에서 근무하더라도 일단 붙고보자’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몰렸다”며 “다른 발전 공기업들도 작년보다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기업들이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한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홍민 남동발전 인사팀 차장은 “작년이나 올해부터 대부분 공기업에 서류 자격 제한이 없어지면서 경쟁률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직원들의 이직률도 미미하다. 중부발전의 기존 직원 이직률은 3년 연속 0%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이직률이 0.8%에 불과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런 추세에 공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내심 당황해하는 눈치다. ‘신의 직장’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공기업 직원들이 누릴 수 있던 장점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전 본사는 오는 11월 전남 나주시로 내려간다.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정년 퇴직 때까지 나주에서 살아야 한다. 가스공사는 대구로, 서부발전은 태안으로, 동서발전은 울산으로 가는 등 대부분 공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각 지방 혁신도시로 본사 이전을 완료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공기업의 부실한 경영 실적이 대두되면서 직원 복지비도 대폭 감축됐다. 한전의 경우 1인당 복리후생비는 지난해 440만원에서 올해 217만원으로 50.6%나 줄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