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과 내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잇따라 말러교향곡을 연주할 서울시립교향악단.
23일과 내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잇따라 말러교향곡을 연주할 서울시립교향악단.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오케스트라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교향곡을 잇따라 선보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3일에 말러교향곡 5번을, 내달 5일엔 말러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내달 1일에는 NHK심포니오케스트라가 같은 장소에서 말러교향곡 4번으로 한국 청중과 만난다. 한·일 정상 오케스트라의 말러 연주에 ‘말러리안(말러 애호가)’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향의 말러 공연은 지난해 말 연간 공연 일정이 공개됐을 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두 공연 모두 일찌감치 매진된 상태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서울시향의 두 교향곡 공연은 2010~2011년 말러 전곡 연주회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향의 변화와 발전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무대다.

23일 무대에 오르는 교향곡 5번은 말러가 남긴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자 중기 3부작이 시작되는 곡이다. 그가 건강 악화로 생사의 고비를 오가다 아내 알마와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에 이르는 시기에 작곡했다.당시 말러의 근심과 걱정, 환희가 교차하듯 어두운 전반부(1, 2악장)와 밝은 후반부(3~5악장)가 대비를 이룬다.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인정받은 14세의 피아니스트 임주희도 만나볼 수 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1만~12만원. 이번 공연 실황은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음반으로 발매된다.

서울시향은 이어 내달 5일 같은 장소에서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2010년 말러 전곡 연주회 당시 처음으로 선택한 곡이다. 말러가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적, 종교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영웅의 죽음에서 시작해 지난 생애 동안 행복했던 순간과 끔찍했던 혼란을 돌아본 뒤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장대한 여정을 그린 대작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활동 중인 캐슬린 김과 러시아의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가 무대에 오른다. 1만~15만원.
내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NHK심포니오케스트라.
내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NHK심포니오케스트라.
내달 1일에는 NHK심포니오케스트라가 같은 장소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1926년 일본 최초 교향악단으로 만들어진 NHK심포니는 역사만큼 실력도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1930년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 4번을 세계 최초로 녹음하기도 했다. 샤를 뒤투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앙드레 프레빈 등 세계적인 지휘자를 영입해 실력을 다져왔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로 손꼽히는 파보 예르비가 내년부터 수석 지휘자를 맡을 예정이다.

교향곡 4번은 말러의 초기 3부작 중 마지막 곡이다. 천상의 삶을 표현한 작품으로 밝고 아름답다. 말러의 다른 교향곡보다 규모는 작은 편이나 악상, 구성이 친숙하다. 이번 공연에선 교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히로카미 주니치가 지휘봉을 든다.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는 소프라노 로자 페올라가 4악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NHK 심포니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도 연주할 예정이다. 3만~15만원.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