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신림동이거든요? 제가 폭발물을 설치했어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경찰서로 폭발물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지목된 곳은 신림동의 한 스크린 경마장.

즉각 폭발물 처리반 9명을 비롯한 경찰관 31명과 탐지견 4마리 등이 출동했다. 경찰서장 등 주요 간부들도 현장에 나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2시간에 걸친 경찰의 수색에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허위 신고는 술에 취한 정모씨(44)가 스크린 경마장 출입이 저지되자 홧김에 저지른 행동이었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2일 경찰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찰은 1명당 20만~40만원씩 모두 99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금액을 조정해 6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2시간에 걸쳐 많은 경찰력이 동원돼 수색작업을 벌였고, 이로 인해 발생한 치안 공백과 출동 차량의 기름값 등을 감안한 액수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씨는 경찰에 660만원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