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잃은 대기업] SK, 태양전지 사업 접어…성장판 닫힌 한국 대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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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축소경영'…과감한 투자 실종
삼성·LG 빼면 2013년 10대그룹 M&A 3건뿐
미래 신사업 발굴 못하고 재무개선 '방어'만
삼성·LG 빼면 2013년 10대그룹 M&A 3건뿐
미래 신사업 발굴 못하고 재무개선 '방어'만
SK그룹은 2011년부터 미국에서 추진해온 태양광 전지 사업을 최근 정리하기로 했다. 7660만달러(약 785억원)를 들여 사들인 태양전지 기업 헬리오볼트의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헬리오볼트는 유리기판에 구리 등으로 얇은 막을 입히는 방식으로 태양전지를 만든다. SK 관계자는 “양산에 들어가려면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시일 내 사업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워 일단 발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사업을 찾아 과감하게 투자해오던 한국 대기업들이 이제는 한사코 몸을 움츠리며 신사업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신사업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인수합병(M&A)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자취를 감춘 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들만 맹위를 떨치고 있다. 10대 그룹의 M&A 건수는 최근 2~3년 새 눈에 띄게 줄었다.
경제 동맥 역할을 해온 대기업들이 ‘축소 경영’에 집착하면 결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M&A 시장에서 사라진 대기업
한국경제신문이 10대 그룹의 최근 5년간 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2010년 이후 신사업 진출이 극도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의 M&A 건수는 2010년 22건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작년 17건의 M&A 가운데 삼성(9건)과 LG(5건)를 제외하면 롯데 2건, GS 1건에 그쳤고 현대차 SK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의 주요 계열사들은 실적이 전무했다. 2009~2010년 사이 국내외에서 18개사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롯데는 2011년 1건, 지난해 2건 등으로 숨고르기 중이다.
이 때문에 10대 그룹 M&A 실적 중 삼성과 LG 비중은 2009년 18%, 2010년 13%로 낮았지만 지난해엔 82%까지 올랐다.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M&A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 12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 합병,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등 자회사 간 사업정리에 치중했다.
대기업들이 신사업에 몸을 사리는 것은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 크다.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부터 급락 중이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석유화학·철강·중공업 등 장치산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2011년 4% 안팎이었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대한항공 등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 안팎으로 추락했다. 2011년 8.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데다 주력 사업까지 부진하니 주요 그룹들이 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린 돈 갚고 관망하는 기업들
신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차입금을 갚고 사업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만 힘쓰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14개사의 차입금 합계는 2010년 260조8657억원에서 2012년 316조6417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316조3082억원으로 3335억원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투자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 차입금이 매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년엔 이례적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중소·중견기업보다 대기업의 차입금 축소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CEO스코어가 집계한 30대 그룹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157조7010억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18.3% 증가해 여유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웅진 동양 STX 등이 잇달아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재무구조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인식이 기업인들 사이에 팽배하다”며 “이제는 한 번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영인이 많다”고 전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움츠러든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영/남윤선 기자 bono@hankyung.com
미래 성장사업을 찾아 과감하게 투자해오던 한국 대기업들이 이제는 한사코 몸을 움츠리며 신사업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신사업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인수합병(M&A)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자취를 감춘 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들만 맹위를 떨치고 있다. 10대 그룹의 M&A 건수는 최근 2~3년 새 눈에 띄게 줄었다.
경제 동맥 역할을 해온 대기업들이 ‘축소 경영’에 집착하면 결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M&A 시장에서 사라진 대기업
한국경제신문이 10대 그룹의 최근 5년간 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2010년 이후 신사업 진출이 극도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의 M&A 건수는 2010년 22건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작년 17건의 M&A 가운데 삼성(9건)과 LG(5건)를 제외하면 롯데 2건, GS 1건에 그쳤고 현대차 SK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의 주요 계열사들은 실적이 전무했다. 2009~2010년 사이 국내외에서 18개사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롯데는 2011년 1건, 지난해 2건 등으로 숨고르기 중이다.
이 때문에 10대 그룹 M&A 실적 중 삼성과 LG 비중은 2009년 18%, 2010년 13%로 낮았지만 지난해엔 82%까지 올랐다.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M&A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 12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 합병,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등 자회사 간 사업정리에 치중했다.
대기업들이 신사업에 몸을 사리는 것은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 크다.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부터 급락 중이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석유화학·철강·중공업 등 장치산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2011년 4% 안팎이었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대한항공 등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 안팎으로 추락했다. 2011년 8.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데다 주력 사업까지 부진하니 주요 그룹들이 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린 돈 갚고 관망하는 기업들
신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차입금을 갚고 사업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만 힘쓰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14개사의 차입금 합계는 2010년 260조8657억원에서 2012년 316조6417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316조3082억원으로 3335억원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투자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 차입금이 매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년엔 이례적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중소·중견기업보다 대기업의 차입금 축소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CEO스코어가 집계한 30대 그룹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157조7010억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18.3% 증가해 여유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웅진 동양 STX 등이 잇달아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재무구조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인식이 기업인들 사이에 팽배하다”며 “이제는 한 번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영인이 많다”고 전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움츠러든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영/남윤선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