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글이 미국에서 발표해 눈길을 끈 초저가 미디어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가 국내에 들어왔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다. USB를 닮은 손가락 크기의 이 기기는 HDMI 단자가 달린 어떤 모니터든 ‘꽂기만 하면’ 스마트폰 태블릿PC와 연동되는 스마트 TV로 만들어준다. 크롬캐스트의 국내 출시가는 4만9900원. 5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스마트 TV가 아닌 일반 TV와 PC 모니터 등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구글은 국내에 크롬캐스트를 지난 14일 출시하면서 N스크린 서비스인 CJ헬로비전의 ‘티빙’, SK플래닛의 ‘호핀’과 손잡았다. 구글플레이와 G마켓, 롯데하이마트, 옥션에서 살 수 있는 이 제품의 특징을 알아봤다.

(1)간단한 설치

크롬캐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설치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설치기사를 부르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없다. 제품을 구입한 뒤 HDMI 단자가 있는 TV나 PC 모니터에 크롬캐스트를 꽂고 전원을 연결하면 된다.크롬캐스트를 통해 스마트 TV로 거듭난 모니터를 조작하려면 ‘리모컨’이 있어야 한다. 이 리모컨 역할을 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이다. 크롬캐스트와 크롬캐스트를 통해 모니터를 조작할 기기는 같은 네트워크상에 있어야 한다. 크롬캐스트와 모바일 기기를 가정에서 쓰는 와이파이에 연결한 뒤 모바일 기기에 크롬캐스트 앱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다. 모바일 기기와 크롬캐스트가 연결됐는지 확인하려면 상단에 뜨는 ‘캐스트 아이콘’을 확인하면 된다.

(2)다양한 OS 지원

크롬캐스트는 구글이 만들었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크롬캐스트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물론 애플 앱스토어에도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용자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크롬캐스트는 모바일 기기의 크롬 브라우저를 TV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크롬 브라우저만 깔려 있다면 기기 OS가 윈도든 맥이든 상관없다.

(3)미러링 아닌 클라우드 방식

모바일 기기 화면을 TV에서 그대로 연동해 보여주는 기술을 ‘미러링’이라 한다. 크롬캐스트가 제공하는 콘텐츠 재생 방식은 이 같은 미러링이 아닌 클라우드 스트리밍 방식이다. 스마트폰 등은 신호를 보내는 역할만 하고, 영상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내려받아 모니터에 재생한다. 한번 스마트폰으로 재생 명령을 내리고 나면 다른 앱을 열거나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검색할 수 있는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내 기기의 데이터 용량도 줄어들지 않고, 배터리 소모도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 전원을 꺼도 영상은 재생된다.

모니터에 최적화된 영상 재생도 클라우드 스트리밍 방식이어서 가능하다. 김현유 구글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상무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영상을 제공받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는 낮은 해상도로 보이는 영상이라도 TV에서는 풀HD로 구현된다”며 “구글은 미러링 방식이 TV 화면에 콘텐츠가 최적화되지 않아 좋은 사용자경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러링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내 기기 안에 있는 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곰플레이어’로 보던 영상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에브리온TV 캐스트처럼 미러링도 지원하는 기기가 속속 나오면서 크롬캐스트의 불편함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4)가족·친구와 함께 이용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돼 있으면 서로 다른 기기가 크롬캐스트를 조작할 수도 있다. 예컨대 오빠가 스마트폰을 크롬캐스트와 연결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을 때 여동생이 자신의 태블릿PC를 이용해 ‘TV 관심 목록’에 다른 영상을 추가할 수 있다. TV 관심 목록 기능을 이용하면 재생 리스트를 만들어 순서대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김 상무는 “노래방에서 ‘바로시작’과 ‘예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보던 영상을 끊고 다른 영상을 볼 수 있고, 재생 목록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즐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5)호핀·티빙 VOD도 본다

크롬캐스트를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티빙 △호핀의 영상 등이다. 짐리, 플렉스 등의 앱도 있다. 미러링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크롬캐스트를 통해 영상을 보려면 사업자가 연동되는 앱을 개발해야 한다. 구글은 SDK(개발자도구모음)를 공개해 다양한 사업자가 크롬캐스트 앱을 개발할 수 있게끔 했다. 현재 크롬캐스트 오픈 SDK를 이용하고 싶다고 등록한 개발자 수는 3000명 이상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