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자팡' 늘어난 베이징…"집값 하락, 中경제 최대 리스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지난달 0.2% ↓…일부선 1년새 30% 폭락
"부동산, GDP의 16%…성장률 7% 힘들 수도"
베이징 지난달 0.2% ↓…일부선 1년새 30% 폭락
"부동산, GDP의 16%…성장률 7% 힘들 수도"
“특별히 홍보용으로 ‘터자팡(特價房)’을 팝니다. ㎡당 4500위안(약 75만원) 싸게 살 수 있어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에서 남동쪽으로 40㎞ 떨어진 퉁저우에 있는 티상쥔 아파트 분양사무소. 10일 분양을 시작했고 분양 가격을 내렸다는 신문기사가 나왔지만 사무소 안에는 10여명의 직원과 두세 명의 손님만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판매원인 쉬타오는 “1차 분양 물량이 800채인데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터자팡을 권했다.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기업들은 부채가 늘고 투자도 줄었다. 자금 압박으로 주택건설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도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베이징도 상승세 꺾여
퉁저우는 베이징시에 속해 있지만 한국의 용인처럼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도시다. 부동산 붐이 일면서 최근 2~3년간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티상쥔처럼 터자팡을 내놓고 할인판매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었다. 역시 퉁저우에 있는 ‘둥야인상후타이’라는 아파트도 1일 분양을 시작하면서 가격을 당초 ㎡당 2만6000위안에서 2만3000위안으로 내렸다. 판매원인 양옌은 방 두 개짜리 63㎡의 모델하우스를 보여주더니 “집값은 140만위안이지만 40만위안만 내면 100만위안은 회사에서 대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체 중원부동산에 따르면 퉁저우의 지난 1분기 신규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67%나 줄었다. 장다웨이 중원부동산 연구원은 “퉁저우의 경우 기존 주택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중소 규모 지방도시에선 올초부터 나타났다. 항저우 난징 창저우 우시 진황다오 등 중견 도시에서 일부 부동산 가격이 1년 전보다 30% 폭락했다. 쓰촨성 청두에서도 ㎡당 2만위안인 고급주택이 30% 할인된 가격에 나왔다.
광저우에서는 부동산 업체인 바오리가 계약금 10%만 먼저 내고 4개월마다 잔금을 갚으면 집을 살 수 있도록 구매 조건을 완화했다. 산둥성 자오현에서는 국유 부동산업체가 주택이 팔리지 않자 공무원에게 강제 할당을 해 물의를 빚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70개 도시 중 22개 도시에서 기존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떨어졌다. 특히 베이징 집값이 전월보다 0.2% 하락해 대도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동산이 올해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국에서 부동산은 경제성장의 동력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나 된다. 은행 신규대출의 26%, 정부 수입의 39%를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가 1% 줄면 그 첫해 중국의 GDP는 0.1%포인트 감소한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지방정부의 부채문제를 악화시켜 은행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부채로 사업을 키워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지난해 중국 500대 부동산 기업의 순부채율은 79.93%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저장성 부동산업체 싱룬이 35억위안의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부동산”(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거품 붕괴가 단기간에 급속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도시의 부동산 수요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런즈창 화위엔부동산 회장은 “도시화로 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10년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정부도 부동산 기업에 증자를 허용하고 부동산 구매자에 대한 은행 대출을 독려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도시의 부동산 거품만 꺼져도 중국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부동산 공급의 70%는 지방도시였다. 원궈칭 옌쉰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떨어지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6%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twkim@hankyung.com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에서 남동쪽으로 40㎞ 떨어진 퉁저우에 있는 티상쥔 아파트 분양사무소. 10일 분양을 시작했고 분양 가격을 내렸다는 신문기사가 나왔지만 사무소 안에는 10여명의 직원과 두세 명의 손님만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판매원인 쉬타오는 “1차 분양 물량이 800채인데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터자팡을 권했다.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기업들은 부채가 늘고 투자도 줄었다. 자금 압박으로 주택건설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도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베이징도 상승세 꺾여
퉁저우는 베이징시에 속해 있지만 한국의 용인처럼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도시다. 부동산 붐이 일면서 최근 2~3년간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티상쥔처럼 터자팡을 내놓고 할인판매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었다. 역시 퉁저우에 있는 ‘둥야인상후타이’라는 아파트도 1일 분양을 시작하면서 가격을 당초 ㎡당 2만6000위안에서 2만3000위안으로 내렸다. 판매원인 양옌은 방 두 개짜리 63㎡의 모델하우스를 보여주더니 “집값은 140만위안이지만 40만위안만 내면 100만위안은 회사에서 대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체 중원부동산에 따르면 퉁저우의 지난 1분기 신규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67%나 줄었다. 장다웨이 중원부동산 연구원은 “퉁저우의 경우 기존 주택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중소 규모 지방도시에선 올초부터 나타났다. 항저우 난징 창저우 우시 진황다오 등 중견 도시에서 일부 부동산 가격이 1년 전보다 30% 폭락했다. 쓰촨성 청두에서도 ㎡당 2만위안인 고급주택이 30% 할인된 가격에 나왔다.
광저우에서는 부동산 업체인 바오리가 계약금 10%만 먼저 내고 4개월마다 잔금을 갚으면 집을 살 수 있도록 구매 조건을 완화했다. 산둥성 자오현에서는 국유 부동산업체가 주택이 팔리지 않자 공무원에게 강제 할당을 해 물의를 빚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70개 도시 중 22개 도시에서 기존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떨어졌다. 특히 베이징 집값이 전월보다 0.2% 하락해 대도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동산이 올해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국에서 부동산은 경제성장의 동력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나 된다. 은행 신규대출의 26%, 정부 수입의 39%를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가 1% 줄면 그 첫해 중국의 GDP는 0.1%포인트 감소한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지방정부의 부채문제를 악화시켜 은행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부채로 사업을 키워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지난해 중국 500대 부동산 기업의 순부채율은 79.93%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저장성 부동산업체 싱룬이 35억위안의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부동산”(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거품 붕괴가 단기간에 급속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도시의 부동산 수요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런즈창 화위엔부동산 회장은 “도시화로 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10년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정부도 부동산 기업에 증자를 허용하고 부동산 구매자에 대한 은행 대출을 독려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도시의 부동산 거품만 꺼져도 중국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부동산 공급의 70%는 지방도시였다. 원궈칭 옌쉰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떨어지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6%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