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단기적으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편에선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며 단통법을 중심으로 한 경쟁 완화 요인이 촉발 요인을 잠재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장기적으론 시장 정상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고, SK텔레콤을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 '공짜폰' 앞세워 보조금 경쟁 재점화할까
19일 금융투자업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역대 최장 영업정지에 발이 묶였던 이통3사가 일제히 달릴 채비에 나섰다.
지난 27일부터 단독 영업을 해온 KT는 이날 '갤럭시S4미니' 등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에 내놓았다.
LG유플러스도 이날부터 G프로, 갤럭시 메가, 베가 아이언 등을 보조금 상한선인 27만 원보다 싸게 판매하며 공짜폰 경쟁에 동참했다. 20일 영업을 재개하는 SK텔레콤은 베가 시크릿 업 등 일부 스마트폰에 대한 출고가를 내린다고 밝혔다.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데 따른 책임으로 두 달 넘게 정상영업을 하지 못한 이통3사가 앞다퉈 공격적인 영업활동에 나서는 분위기.
시장에서는 영업정지로 인한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통3사가 과열 경쟁을 벌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단통법 시행 전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통3사가 다시 보조금 전쟁을 불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보조금을 마구잡이로 살포할 수 없게 돼 점유율이 고착화될 수 있어 그 전에 가능한 가입자를 끌어모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단통법은 이통사 보조금은 물론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까지 공시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 2일 국회를 통과,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효과가 컸던 차별적 보조금을 지출하기 어려워진다"며 "따라서 이통3사는 10월 전까지 점유율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선택적 보조금을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이통3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보조금 지출과 효과가 비슷한 '출고가 인하'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 KT는 영업재개 기간에 출고가 인하 방안으로 잃었던 번호이동 가입자를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규제 이슈로 마케팅 축소를 기대하지만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이통3사가 시장점유율 목표를 유지하는 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해 연간 영업이익 회복 역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단통법 시행…출혈 경쟁 막고 시장 정상화 기대도
단통법을 통해 이통3사의 마케팅비 축소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경쟁이 과열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그치고 결국은 단통법 시행으로 얻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통신업종 수익성을 호전될 것"이라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완화시킬 요인이 촉발할 요인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을 유발할 요인은 단통법 시행 전 가입자 유치 전략과 영업정지로 미뤄진 번호이동 수요를 꼽았다.
하지만 적정 보조금, 과열 기준 등 단통법 세부 방안이 경쟁 주도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데다 신규 LTE 가입자당 매출액이 줄고 있어 보조금 증가 유인이 감소한다고 봤다.
양 연구원은 "이통3사 영업이익률은 분기가 지날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주가 역시 수익성 호전을 반영해 상승할 전망이어서 통신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종 최선호주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SK텔레콤으로 일치했다. 보조금을 규제하는 시장 환경이 되면 1등 사업자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성 연구원은 "SK텔레콤 시장점유율은 현재도 50% 선을 웃돈다"며 "단통법 시행 등 정부 규제가 본격화 될 때 가입자가 가장 많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장 고착화로 시장점유율 방어에 대한 부담이 낮아져 긍정적"이라며 "새로운 LTE 요금제 출시로 인한 기본 요금 상승과 마케팅 효율성 증가로 올해 실적도 양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