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고용과 성장의 추동력으로서 새
[다산칼럼] 노동생산성을 걱정해야 하는 딱한 현실
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제조업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한국의 제조업 성장률이 세계 5위로 평가됐다. 제조업 비중과 규모는 각각 6위와 7위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가가치나 수출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고 있어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사가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다.

독일 경제의 선전은 제조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기술력과 장인자본주의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노동생산성 1위, 노동관계 생산성 8위가 말해주는 안정된 노사관계, 도제식 직업교육이 독일 제조업의 성공조건이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45개의 제조업혁신연구소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첫 번째 연구소가 설립될 예정이다. 법인세율도 35%에서 28%로 인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작년 6월 산업재흥플랜을 발표해 긴급 구조개혁, 고용제도 개혁,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등 6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법인세율도 37%에서 25~3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최근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가 고속철 테제베를 생산하는 프랑스 알스톰사 인수에 나선 것도 알스톰의 뛰어난 산업기술과 전문인력이 탐났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생산성 향상 없이는 제조업 공동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 2012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28위다. 미국(61.6달러), 프랑스(59.5달러), 독일(58.3달러)은 말할 것도 없고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경쟁국보다도 떨어진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노조대표를 면담하면서 한국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달라고 주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면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8.3세에 달해 산업현장의 노쇠화 징후가 뚜렷하다.

고용유연성 부족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최근 타계한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한국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실업률이 유난히 높은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32.6%에 달하는 사실 자체가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행도 한국의 고용 보호 정도가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낮아지면 청년층 고용률이 각각 3.6%포인트, 1.7%포인트 상승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고용유연성 제고→비정규직 감소→고용률 향상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심각한 제조업 엑소더스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 유턴 정책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지난 10년간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 생산에만 10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의 자동차 한 대 제조시간은 28시간인 데 반해 중국은 17시간, 미국은 14시간이다. 노동유연성 차이가 이런 생산성 격차를 가져왔다. 공장 해외 유출은 성장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시간당 근로자 임금은 한국이 18.9달러인 반면 경쟁국인 브라질은 11.6달러, 대만은 9.3달러, 중국은 1.36달러 수준이다. 제조업 유턴에 올인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프리미엄 세탁기 밀레, 수제 칼 헹켈 같은 중견기업 미텔슈탄트가 독일 고용의 60%를 창출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 기여도는 8% 내외다. 견실한 중소·중견기업이야말로 양질의 고용창출자다. 제조업이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