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훼손 말아야
대한경영학회(회장 심원술 한양대 교수)가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17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대회 ‘한국 기업생태계의 미래 비전과 대·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방안’ 토론회에서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대기업 중심의 고도성장을 하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이 약해진 것은 거래불공정, 거래불균형, 제도불합리 때문”이라며 “이 3불(不) 문제가 해결돼야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중소기업이 핸디캡 없이 사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을 손보는 것으로 왜곡되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 패널로 나선 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대기업 1차 협력사는 많이 좋아졌지만 2, 3차는 아직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하지만 중기적합업종 같은 제도가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공장을 지으면서 협력사 160여개가 동반 진출했다”며 “상생경영은 곧 윤리경영인 만큼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도 기업 윤리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도 중기적합업종 등을 비판했다. 백열등의 경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더니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오스람 필립스 등 해외 기업이 시장을 싹쓸이했다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 영업 일수를 제한했지만 전통시장의 손님이 늘고 있지 않다고 소개했다. 배 부원장은 “단지 기업 크기만으로 규제와 보호 대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겠다는 ‘피터팬 증후군’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종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생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 “대기업 구직난과 중소기업 구인난 같은 모순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상생”이라고 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유규창 대한경영학회 부회장(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은 “시장경제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쟁력 강화 등 생산적인 상생 방안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우/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