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 "눈보라 헤쳐 나간 탐험가 아문센처럼 금융 본질 찾아나설 것"
신한금융그룹이 추구하는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기업과 개인을 살리는 ‘따뜻한 금융’을 만들자는 게 첫 번째다. 위험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아문센 경영’이 두 번째다. 금융인으로서의 전문성을 기르되,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혈액’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 올 때 우산 주는 ‘상생’이 금융의 본질

‘따뜻한 금융’은 2011년 첫 임기를 시작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슬로건이다. 그는 ‘따뜻한 금융’의 아이디어를 남다른 기업가 정신을 보여준 한기선 범양상선 회장과의 경험에서 얻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 말 신한은행 시절 거래처였던 조선회사가 부도를 맞아 대규모 손실을 입을 처지에 놓였죠. 담당 임원이던 저는 옛 서울신탁은행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알고 지낸 한기선 범양상선 회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범양상선은 부도 조선사에 발주한 선박이 3척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은 한 회장은 싸게 선박을 살 수도 있었음에도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이용해 이익을 볼 순 없다며 제 값을 모두 쳐주더군요.”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 "눈보라 헤쳐 나간 탐험가 아문센처럼 금융 본질 찾아나설 것"
한 회장은 이때의 경험을 통해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상생이 금융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이런 신념이 ‘따뜻한 금융’이라는 경영철학으로 구체화됐다. 신한은행이 소상공인 창업 지원에 노력 중인 것도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소상공인 창업 예정자와 사회적 기업 지원안을 선보였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50억원을 내 2000여개의 사회적 기업과 창업준비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신한카드도 저소득자들이 병원비를 무이자 할부로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650명이 총 19억원의 치료비를 아꼈다. 신한생명 역시 ‘미지급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안 찾아간 보험금 2만9914건, 610억원을 주인에게 돌려줬다.

‘은퇴 설계’로 저금리 정면 돌파

요즘 금융회사들은 리스크 관리 강화, 저원가성 예금 확대, 인력 및 점포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반복되는 신흥국들의 금융 불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시계 제로의 상황이어서다.

하지만 한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은 ‘아문센 경영’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남극탐험에 나선 아문센이 험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으로 밀어붙여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미래설계센터를 세우는 등 은퇴시장에서 보폭을 크게 확대 중인 것도 ‘아문센 경영’의 결과물이다. 금리 상승이라는 유리한 환경변화를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다.

그 일환으로 신한은행은 전국 70여개 점포에 미래설계 상담창구를 만들어 노년층을 위한 은퇴교실을 운용하고 자산운용 전략과 유망상품을 소개 중이다. 신한카드가 ‘대한노인회 액티브 시니어 카드’를 만들고, 신한생명이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때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메워주는 ‘참신한브릿지연금보험’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내 정치 필요 없는 회사 만들겠다”

한 회장은 ‘사내 정치’가 필요없는 회사를 만드는 데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회사가 알아주는 것 만큼 좋은 경영 방침은 없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이나 사내파벌에 매달리는 ‘정치’와 ‘내치’가 만연한 금융권에서 이런 기업문화는 신한의 성공을 만든 동력이 됐다.

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요건에 나이 기준을 강화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런 생각이 배경이다.

CEO에 신규 선임되려면 만 67세 이하여야 하고, 연임시엔 임기 중이라도 만 70세가 되면 퇴임하는 룰이 도입된 것이다. 특정 인물이 장기간 경영권을 전횡하는 폐해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계열사 간 과도한 성과경쟁을 없애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그룹 사업부문제’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중복되는 사업 부문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두회사의 개인 자산관리 업무파트를 모아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으로 통일하고,기업금융은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로 일원화했다. 고객입장에선 PWM센터를 방문하면 은행업무부터 증권상품 투자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PWM 도입으로 신한은행은 지난 2년간 거래금액 10억원 이상의 고객을 21%, 1억원 이상은 18% 늘렸다. CIB 부문도 출범 전에 비해 거래가 2배가량 증가했다.

베트남의 성공을 폴란드 두바이 브라질로…

신한금융은 해외 진출에서도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1993년 1개 점포, 자본금 1000만달러로 시작한 신한베트남은행은 10개 지점, 자기자본 3억520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세계적인 금융사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HSBC에 이어 순이익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성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투자해 온 결과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베트남에서 철수하지 않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점이 보상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신한베트남은행이 현지에서 내놓은 ‘신한세이프(safe) 적금’은 판매시작 1개월 만에 2500계좌 이상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 회장은 베트남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까지 이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4.6%에 그쳤던 해외부문의 이익기여도를 2년 내에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해외 거점을 꾸준히 넓혀갈 방침이다. 올 상반기에 폴란드 사무소를 열고 두바이 브라질 호주 등지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