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근 정예 직원 5명에게 스웨덴 출장 명령을 내렸다. 오는 17일 출국하는 이들은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2위 은행 ‘한델스방켄’을 방문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 8일 서강대 경영대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국민은행이 추진하는 ‘스토리 금융’을 이미 실행 중인 은행이 있다며 해외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한델스방켄이다. 이순우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시에 ‘꽂힌’ 한델스방켄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뢰를 잃은 국내 은행이 배워야 할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143년의 업력을 가진 한델스방켄은 자산 규모(2012년 말 기준)가 2조4000억크로나(약 407조원)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보다 살짝 큰 정도다. 이 은행의 2012년 순이익은 145억크로나(약 2조9000억원)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4.7%에 달했다. 반면 연체율은 0.08%로 지난해 국내 은행 평균(0.99%)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델스방켄 각 지점의 영업구역은 해당 지역 교회 첨탑에서 보이는 지역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른바 ‘교회 첨탑 원칙’이다. 해당 지역 고객들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 가능한 배경이다.

한델스방켄의 목표는 1등이 아니다. 이익은 업계 평균만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균 이상의 이익이 나면 일부를 직원들에게 자사주 형태의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 성과급은 60세가 지나야 찾을 수 있다. 부정과 비리가 터지면 주가가 하락해 나중에 찾을 성과급이 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부 통제 효과가 나타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델스방켄의 사례를 모든 국내 은행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