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과열' 막겠다던 단통법…휴대폰 '5월 대란설'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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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 '단통법'의 역설
10월 법 시행전 '가입자 뺏기' 치열할 듯
신제품 잇단 출시도 '과열 경쟁' 부채질
10월 법 시행전 '가입자 뺏기' 치열할 듯
신제품 잇단 출시도 '과열 경쟁' 부채질
휴대폰 관련 쇼핑 정보를 공유하는 대표적 온라인 사이트인 뽐뿌. 요즘 이곳엔 ‘5월 대란설’을 문패로 단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대란’이라는 음산한 제목. 하지만 게시물 꼬리엔 함박웃음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이 따라 붙는다. 조금만 기다리면 휴대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경축’ 메시지다.
이동통신 시장이 또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 달 전의 ‘2·11 대란’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당시 휴대폰 시장엔 정부 가이드라인(27만원)을 훌쩍 웃도는 100만원에 가까운 불법 보조금이 살포됐다.
뽐뿌뿐만 아니다. 다른 공유 사이트인 클리앙 오유 위키폰 등도 대란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KT가 달리면 달릴수록 번이(번호이동) 대기자는 웃습니다”, “대란 가능성의 증거 모음”, “돈이 깡패인데 케티(KT) 깝치는 거 스크(SK텔레콤)가 보고만 있을까요?”, “크트(KT)가 이 정도면 스크(SK텔레콤)는 작정하고 달리겠네요” “열 밤만 자면 됩니다” 등의 게시물이 사이트를 도배했다. 제목은 달라도 내용은 한 가지. 이달 하순부터 통신 3사가 돈 싸들고 가입자 확보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지금 신규 가입하면 ‘호갱님’이 된다는 얘기. 호갱님은 남들보다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어수룩한 소비자를 뜻하는 은어다.
대란의 시점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5·25 대란설’과 ‘5·19 대란설’이 양대 산맥이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풀리는 5월19일과 통신 3사가 영업 재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요일인 5월25일을 ‘D데이’로 꼽는다.
대란을 설파하는 예언자들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대란의 큰 그림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서 출발한다. 불법 보조금을 봉쇄하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휴대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단통법은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때부터는 통신사들이 대놓고 불법 보조금을 뿌려대기 어려워진다. 점유율이 현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계산은 간단하다.
통신사들은 법령 시행의 공백기인 10월까지 최대한 가입자를 뺏어 와야만 한다. 그리고 보조금만큼 파괴력 있는 수단은 없다. 결론은 대란으로 귀결된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처럼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대란의 자양분이다. 통신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의 최적기라고 판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마지막 순번으로 영업을 시작한 KT가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도 대란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마음이 급하다. 사내에서는 “우리만 너무 얌전하게 영업한 것 아니냐”는 불평까지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일과 14일간의 추가적인 영업정지도 예정돼 있다. 이번에 선수를 뺏기면 언제 되찾아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심판’의 권위도 떨어졌다. 감독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불신이다.
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을 흔들어대도 이번엔 ‘영업정지’라는 칼을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겁없는’ 예단도 적지 않다. 지난 3월부터 이뤄진 ‘순차적 영업정지’로 애꿎은 영세 대리점과 휴대폰 제조사만 유탄을 맞았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내수마저 활기를 잃었다.
통신사들조차 대란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지 않느냐?” 통신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푸념은 대란설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동통신 시장이 또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 달 전의 ‘2·11 대란’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당시 휴대폰 시장엔 정부 가이드라인(27만원)을 훌쩍 웃도는 100만원에 가까운 불법 보조금이 살포됐다.
뽐뿌뿐만 아니다. 다른 공유 사이트인 클리앙 오유 위키폰 등도 대란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KT가 달리면 달릴수록 번이(번호이동) 대기자는 웃습니다”, “대란 가능성의 증거 모음”, “돈이 깡패인데 케티(KT) 깝치는 거 스크(SK텔레콤)가 보고만 있을까요?”, “크트(KT)가 이 정도면 스크(SK텔레콤)는 작정하고 달리겠네요” “열 밤만 자면 됩니다” 등의 게시물이 사이트를 도배했다. 제목은 달라도 내용은 한 가지. 이달 하순부터 통신 3사가 돈 싸들고 가입자 확보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지금 신규 가입하면 ‘호갱님’이 된다는 얘기. 호갱님은 남들보다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어수룩한 소비자를 뜻하는 은어다.
대란의 시점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5·25 대란설’과 ‘5·19 대란설’이 양대 산맥이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풀리는 5월19일과 통신 3사가 영업 재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요일인 5월25일을 ‘D데이’로 꼽는다.
대란을 설파하는 예언자들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대란의 큰 그림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서 출발한다. 불법 보조금을 봉쇄하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휴대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단통법은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때부터는 통신사들이 대놓고 불법 보조금을 뿌려대기 어려워진다. 점유율이 현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계산은 간단하다.
통신사들은 법령 시행의 공백기인 10월까지 최대한 가입자를 뺏어 와야만 한다. 그리고 보조금만큼 파괴력 있는 수단은 없다. 결론은 대란으로 귀결된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처럼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대란의 자양분이다. 통신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의 최적기라고 판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마지막 순번으로 영업을 시작한 KT가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도 대란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마음이 급하다. 사내에서는 “우리만 너무 얌전하게 영업한 것 아니냐”는 불평까지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일과 14일간의 추가적인 영업정지도 예정돼 있다. 이번에 선수를 뺏기면 언제 되찾아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심판’의 권위도 떨어졌다. 감독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불신이다.
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을 흔들어대도 이번엔 ‘영업정지’라는 칼을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겁없는’ 예단도 적지 않다. 지난 3월부터 이뤄진 ‘순차적 영업정지’로 애꿎은 영세 대리점과 휴대폰 제조사만 유탄을 맞았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내수마저 활기를 잃었다.
통신사들조차 대란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지 않느냐?” 통신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푸념은 대란설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