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이 납품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상각처리된 부실자산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신용관리회사 인트럼저스티티아가 유럽 33개국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들어 현재까지 유럽 기업들의 대손상각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3600억유로(약 508조1580억원)에 달했다. 대손상각비란 어음 등 기업이 받아야 할 대금이 지급 연기 혹은 지급 불능으로 회수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발생하는 손실이다. 기업들은 통상 이 비용을 영업비로 계상한다. FT는 “대손상각이 늘었다는 것은 유럽 기업이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라며 “현금 흐름이 악화돼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유럽 제조업체들이 협력업체에 납품한 뒤 대금을 지급받은 날짜는 계약서상 날짜보다 평균 57일 더 늦었다. 이탈리아는 85일, 스페인은 75일 등으로 남유럽 국가 기업의 대금 지급 지연 일수가 특히 길었다.

기업들은 대금 연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4분의 3은 “지난 3개월간 채무 상환과 관련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6%는 체납 및 미납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셔 그램 영국 소기업협회 정책의장은 “공공 부문의 대금 지급은 개선됐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여전히 대금 지급을 미루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기업의 부실채권 증가는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40%는 “채무 부담이 늘면서 신규 고용을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