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자본잠식 기업에 투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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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증권부장 forest@hankyung.com
삼성SDS가 연내 상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삼성SDS는 시가총액 10위권 내 진입이 유력한 대형 우량주다. 지분관계나 거래가 있는 종목의 주가는 연일 강세다. 새로운 에너지가 증시에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증시가 이처럼 반색하는 데는 올해 신규 상장이 거의 없었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도 있는 듯하다.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올 들어 겨우 5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뉴욕과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미국 기업은 77개사다. ‘5 대 77’의 격차는 올해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2011년엔 73 대 142, 작년엔 40 대 239로 한국이 미국에 뒤졌다. 양국 간 경제력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9년엔 68 대 66으로 오히려 한국 증시가 앞선 적도 있다.
한·미 상장기업수 격차 확대
신규 상장기업이 적다는 것은 증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인지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도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종잣돈을 까먹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자본잠식된 기업은 상장폐지시키도록 한 조항이 있는 것을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기술력이 있는 신생 기업을 육성하자는 게 정부 의도일 것으로 짐작한다. 엄정한 평가로 기업을 선별하되, 투자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고민도 꽤 한 듯하다.
그러나 2005년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가 도입된 뒤 기술심사만으로 상장된 13개 기업 중 9개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살피지 못한 것 같다.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 자체가 기업의 우수성을 증명하진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규제를 완화해서 상장기업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오판이다. 이보다는 상장할 만한 회사가 없다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상장할 만한 기업을 키워야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상장할 만한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36개 나라 중 한국 제조업체(470개 상장사 기준)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10위에서 작년 27위로 낮아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2%에서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은 7.9%로 2.3%포인트, 미국 역시 6.8%로 2.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541개 상장사와 일정 규모 이상 169개 비상장사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6%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는 등 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기업에 앞서던 한국 회사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011년 1분기에 뒤집어진 뒤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게 우연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상장기업 중 연봉 5억원 이상 임원들의 명단을 공개토록 하는 등 ‘거꾸로 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들이 내야 하는 세금의 최저한세율도 16%에서 17%로 올라갔다. 왜 한국 증시에 상장기업이 줄어드는지, 자본잠식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게 어째서 엉터리 꼼수인지 당국자들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조주현 증권부장 forest@hankyung.com
증시가 이처럼 반색하는 데는 올해 신규 상장이 거의 없었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도 있는 듯하다.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올 들어 겨우 5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뉴욕과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미국 기업은 77개사다. ‘5 대 77’의 격차는 올해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2011년엔 73 대 142, 작년엔 40 대 239로 한국이 미국에 뒤졌다. 양국 간 경제력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9년엔 68 대 66으로 오히려 한국 증시가 앞선 적도 있다.
한·미 상장기업수 격차 확대
신규 상장기업이 적다는 것은 증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인지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도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종잣돈을 까먹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자본잠식된 기업은 상장폐지시키도록 한 조항이 있는 것을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기술력이 있는 신생 기업을 육성하자는 게 정부 의도일 것으로 짐작한다. 엄정한 평가로 기업을 선별하되, 투자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고민도 꽤 한 듯하다.
그러나 2005년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가 도입된 뒤 기술심사만으로 상장된 13개 기업 중 9개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살피지 못한 것 같다.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 자체가 기업의 우수성을 증명하진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규제를 완화해서 상장기업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오판이다. 이보다는 상장할 만한 회사가 없다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상장할 만한 기업을 키워야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상장할 만한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36개 나라 중 한국 제조업체(470개 상장사 기준)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10위에서 작년 27위로 낮아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2%에서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은 7.9%로 2.3%포인트, 미국 역시 6.8%로 2.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541개 상장사와 일정 규모 이상 169개 비상장사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6%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는 등 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기업에 앞서던 한국 회사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011년 1분기에 뒤집어진 뒤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게 우연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상장기업 중 연봉 5억원 이상 임원들의 명단을 공개토록 하는 등 ‘거꾸로 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들이 내야 하는 세금의 최저한세율도 16%에서 17%로 올라갔다. 왜 한국 증시에 상장기업이 줄어드는지, 자본잠식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게 어째서 엉터리 꼼수인지 당국자들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조주현 증권부장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