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역점의 비빔면 코너에서 지난 10일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비빔면 코너에서 지난 10일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박준 농심 사장은 요즘 “비빔면 시장에서도 신라면이나 짜파게티 같은 히트 상품을 만들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농심은 라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이지만 유독 비빔면 시장에서는 팔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의 주문이 자극제가 돼서인지, 농심 ‘찰비빔면’은 팔도 ‘비빔면’을 맹추격하고 있다.

'찰비빔면' 점유율 대형마트서 30%대 진입…농심 "비빔면서도 제2의 신라면 내겠다"
지난 1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찰비빔면 시식행사가 열렸다. 농심은 최근 리뉴얼한 찰비빔면과 지난 3월 출시한 ‘태풍냉면’의 매대를 별도로 마련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롯데마트가 비빔면 제품 상위 5개 제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0.2%에 불과하던 찰비빔면의 점유율은 지난달 32.5%까지 치솟았다. 팔도 비빔면은 97.1%에서 50.1%로 크게 낮아졌다. 홈플러스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팔도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54%로, 3월의 83%에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농심은 7%에서 24%까지 올라갔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의 점유율이 60% 이하로 내려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올 들어 개선되고 있는 판매 실적에 고무된 모습이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리뉴얼한 찰비빔면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현재 전국 300여개 대형마트에서 번갈아가며 시식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 공세도 함께 펼치고 있다. 팔도 비빔면 5개 묶음의 정가는 3600원, 행사가격은 3000원인데 찰비빔면은 각각 100원씩 싸다. ‘팔도보다는 무조건 싸게 판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이달에도 ‘찰진 면발’을 강조하는 찰비빔면 음성 광고를 대형마트 매장에서 내보내는 등 영업 현장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비빔면 시장이 올해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중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2012년 말 삼다수 사업권을 반납한 데 따른 매출 감소분을 조금이나마 메운다는 계획이다.

팔도는 농심의 성장세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TV 광고를 예정보다 앞당겨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기홍 팔도 광고마케팅팀장은 “이달 들어 농심이 행사를 중단한 일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팔도의 점유율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30년간 이어온 인기가 단기간의 행사로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