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弗 짜리 '닥터 드레' 헤드폰 장착…애플, 대형 M&A로 '성장 엔진'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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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일렉트로닉스 인수…이르면 다음주 공식 발표
내부 개발에 집중하던 애플 "앞으로 밖에서 먹이 찾을 것"
내부 개발에 집중하던 애플 "앞으로 밖에서 먹이 찾을 것"
끊임없는 혁신으로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이 새로운 성장 전략의 닻을 올렸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기업 인수합병(M&A)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둔화됐던 애플의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내부 혁신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헤드폰 제조사 및 음원 스트리밍 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2억달러(약 3조27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M&A 사상 최대 규모다. FT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르면 다음주 인수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츠일렉트로닉스는 유명 음악 제작자이자 잡스의 오랜 친구인 지미 아이오빈과 힙합 스타 닥터 드레(본명 안드레 영)가 2008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비츠 바이 닥터 드레’ 헤드폰으로 국내에서는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2012년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체 MOG를 인수한 뒤 올해 1월 ‘비츠뮤직’이라는 브랜드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했다.
애플은 2001년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즈를 내놓으며 음악 산업의 지형을 바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악 시장의 주도권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음악산업협회인 IFP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은 50% 늘어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다운로드 서비스 매출은 2% 줄어 39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발표한 뒤 첫 감소세다.
FT는 “애플이 시장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본사 연구소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부 혁신에서 M&A로의 성장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이번 인수는 또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헤드폰 업체를 인수해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FT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한 것에 애플 경영진이 위기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32억달러의 인수금액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작년 9월 사모펀드 칼라일이 비츠일렉트로닉스에 5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이 회사 가치는 10억달러를 조금 웃도는 것으로 평가됐다. 올초 32억달러에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랩을 인수한 구글, 190억달러에 모바일 메신저업체 왓츠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에 이어 애플도 정보기술(IT) 업계 ‘M&A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애플은 15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소규모 M&A를 통해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는 데만 치중해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지난 18개월 동안 24개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모두 이름 없는 작은 기업이었다. 현재까지 애플이 실시한 M&A 중 최대 규모는 잡스가 애플을 떠났을 당시 설립한 넥스트컴퓨터를 1997년 4억달러에 사들인 것이었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M&A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쿡은 “우리는 전략적이지 않은 M&A에 반대할 뿐 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분명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비츠일렉트로닉스는 유명 음악 제작자이자 잡스의 오랜 친구인 지미 아이오빈과 힙합 스타 닥터 드레(본명 안드레 영)가 2008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비츠 바이 닥터 드레’ 헤드폰으로 국내에서는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2012년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체 MOG를 인수한 뒤 올해 1월 ‘비츠뮤직’이라는 브랜드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했다.
애플은 2001년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즈를 내놓으며 음악 산업의 지형을 바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악 시장의 주도권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음악산업협회인 IFP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은 50% 늘어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다운로드 서비스 매출은 2% 줄어 39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발표한 뒤 첫 감소세다.
FT는 “애플이 시장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본사 연구소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부 혁신에서 M&A로의 성장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이번 인수는 또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헤드폰 업체를 인수해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FT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한 것에 애플 경영진이 위기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32억달러의 인수금액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작년 9월 사모펀드 칼라일이 비츠일렉트로닉스에 5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이 회사 가치는 10억달러를 조금 웃도는 것으로 평가됐다. 올초 32억달러에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랩을 인수한 구글, 190억달러에 모바일 메신저업체 왓츠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에 이어 애플도 정보기술(IT) 업계 ‘M&A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애플은 15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소규모 M&A를 통해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는 데만 치중해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지난 18개월 동안 24개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모두 이름 없는 작은 기업이었다. 현재까지 애플이 실시한 M&A 중 최대 규모는 잡스가 애플을 떠났을 당시 설립한 넥스트컴퓨터를 1997년 4억달러에 사들인 것이었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M&A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쿡은 “우리는 전략적이지 않은 M&A에 반대할 뿐 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분명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