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최근 주춤해진 주택경기가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주택경기가 올 들어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경기 회복세가 장기간 멈출 경우 전반적인 경기 상승세가 저해될 수 있다”며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이 지난 2월 취임 후 주택시장 리스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했다.

◆옐런의 첫 경고는 ‘주택시장’

옐런 의장이 미 주택경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개인소비, 기업투자, 고용시장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주택시장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의 기존 주택판매 건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7.5% 감소했다. 지난 여덟 달 가운데 일곱 달이 하락세였다. 신규 주택착공 허가 건수도 2개월 연속 감소했다. 3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3% 급감했다.

주택경기는 2011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탔다. 주택 매매가 활성화하면서 가격이 오르자 부동산에 묶였던 돈이 돌기 시작했다. 주식시장과 함께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만들며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경기를 달궜다. 가장 먼저 달궈진 주택경기가 식음으로써 기존의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게 옐런의 우려다.

주택경기가 주춤한 것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원인을 꼽는다. 우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다. 주택 구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고정금리형)는 지난해 5월 초 평균 연 3.6%에서 올 4월 연 4.34%로 올랐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그리고 금리인상이 가까워졌다는 전망 때문이다. 둘째는 주택 재고가 줄면서 시장이 구매자 중심에서 판매자 위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수요가 줄고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층의 신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젊은 층은 소득이 정체돼 있는 데다 여전히 부채에 억눌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년간의 주택경기 회복세가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 억눌려 있던 일반인의 대기 수요와 저가 악성 매물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단기간 맞물린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더 장기화할 듯

옐런 의장은 또 4월 실업률(6.3%)이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에 대해 “실업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실업자와 임시직 근로자 비율이 증가하고 임금 상승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하면서 “초저금리 정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이냐’는 의원의 질문에 “금리를 언제 인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계적인 공식이나 시간표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 기간 초저금리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옐런 의장은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1분기 혹한 탓에 경제활동이 위축됐지만 2분기 들어 기업투자와 소비지출이 증가하면서 견고한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