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韓→中 인재 대이동] 삼성으로 옮긴 日 연구원 485명…中 "韓 기술자 데려와 기술 흡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중·일 산업 주도권 경쟁
경쟁력 약화된 日전자·IT 인력, 한국行 늘어
日 기업은 기술유출 소송 걸어 견제 강화
中 휴대폰업체, 한국 R&D 인재 대거 확보
경쟁력 약화된 日전자·IT 인력, 한국行 늘어
日 기업은 기술유출 소송 걸어 견제 강화
中 휴대폰업체, 한국 R&D 인재 대거 확보
“일본은 힘이 빠져버린 것 같고, 중국은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2년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보기술(IT)·전자산업 분야에서 불거졌던 ‘샌드위치’(일본의 견제, 중국의 추격) 위기를 한국이 벗어났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2년, 한·중·일 3국 간 산업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밀린 일본의 기술인력이 한국으로 대거 몰리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 기술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뺏고 빼앗기는’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으로 몰려드는 日 기술자
국내 대기업 A사는 이달 초 팀장급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3년 전 일본 캐논에서 이직한 연구원이 새 기술개발팀장에 올랐다. A사에서 일본인 출신 팀장이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사처럼 일본인 기술인력을 확보한 한국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삼성그룹엔 500명 남짓의 일본인 기술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2년 전 이 회장이 내부 사장단 회의에서 ‘핵심기술은 일본이 여전히 앞선다’고 한 이후 일본 기술인력을 채용하는 계열사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LG그룹에도 20~30명의 일본 출신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전자·IT,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한국행을 선택하는 일본 기술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B중공업은 최근 일본 미쓰비시에서 퇴직한 60대 풍력발전 기술인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일본 기술인력의 한국행이 늘어나면서 일본 기업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는 2002년 이후 삼성으로 이직한 일본인 기술인력 485명을 조사한 결과 파나소닉에서 53명, NEC(일본전기초자)에서 47명 등이 이직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잡지 주간다이아몬드도 지난해 11월 33쪽에 걸친 ‘삼성 대해부’ 특집기사에서 삼성으로 이직해 핵심기술 특허를 개발한 일본인 기술자 30명의 이니셜을 공개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인력 이동은 곧 기술 유출이란 점에서 일본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2012년 신일본제철이 포스코를 상대로 기술 유출 소송을 걸고, 올 들어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낸 것도 자사 기술인력 이동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러브콜 받는 한국 기술인력
문제는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한국 기술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웠듯이 중국도 비슷한 산업군을 갖춘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인력 영입에 나선 것.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출신 기술자를 임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한국에서 공장장으로 일했거나 연구개발(R&D) 핵심을 담당하던 인력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전자회사들을 접촉하다보면 한국 기업 출신 임원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오면서 동종업계 취업 등 법적·윤리적 문제가 우려돼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전자·IT 업종뿐만 아니다. 철강·조선업계는 2010년부터 선박 설계·제조 기술인력들이 중국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류·디자인 업종도 마찬가지다. 중국 광저우에 진출한 의류업체 샤트리나의 방기정 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상품 개발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명/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2년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보기술(IT)·전자산업 분야에서 불거졌던 ‘샌드위치’(일본의 견제, 중국의 추격) 위기를 한국이 벗어났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2년, 한·중·일 3국 간 산업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밀린 일본의 기술인력이 한국으로 대거 몰리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 기술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뺏고 빼앗기는’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으로 몰려드는 日 기술자
국내 대기업 A사는 이달 초 팀장급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3년 전 일본 캐논에서 이직한 연구원이 새 기술개발팀장에 올랐다. A사에서 일본인 출신 팀장이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사처럼 일본인 기술인력을 확보한 한국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삼성그룹엔 500명 남짓의 일본인 기술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2년 전 이 회장이 내부 사장단 회의에서 ‘핵심기술은 일본이 여전히 앞선다’고 한 이후 일본 기술인력을 채용하는 계열사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LG그룹에도 20~30명의 일본 출신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전자·IT,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한국행을 선택하는 일본 기술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B중공업은 최근 일본 미쓰비시에서 퇴직한 60대 풍력발전 기술인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일본 기술인력의 한국행이 늘어나면서 일본 기업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는 2002년 이후 삼성으로 이직한 일본인 기술인력 485명을 조사한 결과 파나소닉에서 53명, NEC(일본전기초자)에서 47명 등이 이직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잡지 주간다이아몬드도 지난해 11월 33쪽에 걸친 ‘삼성 대해부’ 특집기사에서 삼성으로 이직해 핵심기술 특허를 개발한 일본인 기술자 30명의 이니셜을 공개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인력 이동은 곧 기술 유출이란 점에서 일본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2012년 신일본제철이 포스코를 상대로 기술 유출 소송을 걸고, 올 들어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낸 것도 자사 기술인력 이동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러브콜 받는 한국 기술인력
문제는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한국 기술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웠듯이 중국도 비슷한 산업군을 갖춘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인력 영입에 나선 것.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출신 기술자를 임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한국에서 공장장으로 일했거나 연구개발(R&D) 핵심을 담당하던 인력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전자회사들을 접촉하다보면 한국 기업 출신 임원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오면서 동종업계 취업 등 법적·윤리적 문제가 우려돼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전자·IT 업종뿐만 아니다. 철강·조선업계는 2010년부터 선박 설계·제조 기술인력들이 중국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류·디자인 업종도 마찬가지다. 중국 광저우에 진출한 의류업체 샤트리나의 방기정 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상품 개발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명/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