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형마트 공세에도 꿈쩍 안 하는 美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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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공연·한입 음식·발딱 생선
세계 33곳 특별한 성공비법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랑주 지음 / 샘터 / 352쪽 / 1만6000원
세계 33곳 특별한 성공비법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랑주 지음 / 샘터 / 352쪽 / 1만6000원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은 저자가 1년간 40여개국 150여곳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그 성공 비결을 취재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세월의 광풍에도 살아남은 전 세계의 33개 전통시장이 실렸다. 20여년간 비주얼 머천다이저(상품가치 연출 전문가)로 일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전 세계 시장 상인들의 철학과 판매 전략을 들려준다.
잘 되는 전통시장은 물건 진열 방법부터 다르다. 그리스 아테네의 중앙시장에 가면 ‘발딱 뛰는 생선’을 볼 수 있다. 한 상점에선 생선 한 마리를 뒤에 세워 놓고 다른 한 마리를 그 생선과 교차하게 기대어 세워 진열한다. 저자는 “한눈에 봐도 수평으로 얌전히 진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싱싱해 보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 지인의 작은 슈퍼에서 생선을 이렇게 진열해봤다. 그러자 그 많던 생선이 순식간에 동났다. 저자는 “아줌마들이 ‘생선이 발딱 서 있네’ 하며 사진까지 찍어갔다”며 “소비자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었고 즐거움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쾌적한 공간 역시 중요한 요소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중앙시장에는 성당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있다. 예술작품 같은 모습이다. 천장이 높아서 음식점이 많은데도 공기가 전혀 탁하지 않다. 상점들은 통로보다 10㎝ 높은 턱 위에 있다. 고객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다. 국내 전통시장이 참고할 만한 방법이다.
저자는 “손님이 찾는 시장은 멋진 외형에 앞서 시장의 본질인 ‘품질 좋은 상품’에 충실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길모어 파머스 마켓을 사례로 든다. 이곳은 상품 생산과 유통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 왔는데, ‘얼굴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시장 주변엔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있지만 한 번도 핵심 상권 지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 이곳 상인들의 말이 인상적이다.
“대형마트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손님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형마트에선 구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별함을 팝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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