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官피아'엔 왜 해명자료 안내나
‘61 대 21.’

전남 진도군청에 꾸려진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29일까지 낸 보도 해명자료(61)와 실종자 구조상황을 설명하는 브리핑 자료(21) 개수를 비교한 것이다. 각각 보낸 날짜를 고려하면 해명자료는 하루 평균 7(6.8)개, 구조상황에 대한 자료는 1.75개로 2개가 채 안 된다.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낸 61개의 해명자료엔 ‘국무총리와 가족 면담결과에 대한 해명(22일)’과 ‘청와대 안보상황실의 컨트롤타워 논란(24일)’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보도에도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대응을 한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는 탄식이 쏟아졌다.

범부처사고대책본부는 안전관리 부실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선급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자료를 냈다. 지난 28일 ‘해수부, 2년 전 한국선급 독점 깨려다 흐지부지’라는 기사에 대한 것이었다. 기사 요지는 해수부가 선박검사를 외국 검사기관에 개방하는 걸 검토했다는 것이었지만 해수부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어딘지 모르게 한국선급을 배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고 당시 한국선급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같은 날 한국선급이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여객선 세월호 관련 설명자료’였다. 9쪽 분량의 자료는 ‘여객선 안전 규정은 지금도 충분한데, 이준석 선장과 청해진해운이 안 지켜서 발생한 참사’로 요약된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많은 오해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까지 표출했다.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한 해명자료도 필요하다. 하지만 61개의 무더기 해명자료는 사고대책본부가 대참사를 수습하는 긴박한 와중에도 바다가 아닌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신문지상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관료 마피아론’에 대해서는 왜 침묵을 지키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에게 극악무도한 범죄집단을 일컫는 마피아의 굴레를 씌우는 데도 말이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