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2일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옵션·선물의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위탁 운용하는 Y사의 한 직원은 늘 하던 대로 장 시작과 함께 이자율 설정값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러나 치명적 실수가 있었다. ‘잔존일수/365’로 해야 하는 데 ‘잔존일수/0’으로 집어넣은 것. 이 결과 한맥의 자동주문 프로그램은 2분23초 동안 4만607건의 주문을 실행했고, 462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맥은 결제금을 대신 내준 한국거래소에 400억원가량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한맥은 “미국계 알고리즘 매매 세력에 당한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미국계 헤지펀드 C사가 특정 회사의 ‘주문 실수’를 노리고 뿌린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한맥은 법무법인 지평과 서정의 검토 의견을 받아 “C사 등의 매매수법은 명백한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맥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감사원 등에 C사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정상적인 체결가와 현저하게 차이 나는 호가를 다수 제출하고 비정상적인 가격을 유도한 것 자체가 시세조종 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한맥이 자신의 주문 실수를 상대방의 불공정 거래로 몰고 가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