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한의사 정아름 씨(26)는 올해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다시 입학했다. 피아노 연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길을 택한 정씨는 “4년제 음대에도 동시 합격했지만 전문성이 높고 실무 여건이 갖춰진 서울예대를 택했다”며 “주말에는 한의원에서 일하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벌과 스펙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4년제대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국립대 성악과에 다녔던 황소희 씨(21)는 성악보다 무대 뒤 분장예술가의 모습에 매료돼 대경대 분장예술과에 다시 입학했다. 수도권 소재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박모씨(25)는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교사의 길을 접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현직 고교 교사인 이화신 씨(57)는 전북과학대 복지계열에 입학해 사회복지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배우기로 했다.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7일 발표한 전국 전문대 137개교의 2014학년도 입시 결과에 따르면 대졸자로 전문대에 새로 입학한 ‘유턴 입학생’이 1283명(등록자 기준)에 달했다. 전년도보다 2.4% 늘어난 수치로 매년 1000명 이상의 대졸자가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 평균 경쟁률은 7.7 대 1, 평균 등록률은 97.9%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학과별로 실용음악학부와 연기과의 경쟁률이 각각 185.4 대 1과 112.9 대 1로 가장 높았고 항공서비스과(59 대 1) 문예창작과(38.8 대 1) 간호과(32.3 대 1) 유아교육과(30.2 대 1) 사회복지과(27 대 1) 등도 인기가 높았다.

올해는 기업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해 맞춤식 교육을 하는 ‘준오헤어디자인과’, 조리 관련 군특성화학과인 ‘조리부사관과’, 말 조련과 말 축산경영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마축자원과’ 등 산업 수요에 특화한 이색 학과가 신설됐다. 조봉래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현장 중심의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산업 수요에 부응해 특성화 학과를 운영하면서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