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세계여행관광협회 총회. WTTC 제공
지난 25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세계여행관광협회 총회. WTTC 제공
지난 25일 세계 최대 민간 관광단체인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총회가 열린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 르네상스호텔. 공식 행사를 한 시간 앞둔 오전 7시30분 일본 대표단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쓰야마 료이치 일본 정부관광국(JNTO)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연간 1000만명인 방일 외국인을 2020년 20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글로벌 관광업계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 정부와 민간 대표 40명을 보내 관광객 유치 정책을 알렸다. 반면 한국 측 참석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관광 세일즈맨' 日 40명 vs 韓 2명
일본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관광비자를 없앴고,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 빈도가 늘고 있는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올 들어 3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태국 관광객은 64.0%,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61.0% 급증했다.

지난달부터는 도쿄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운항 한도를 연 6만회에서 9만회로 늘렸다. 도쿄 도심에서 가까운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운항을 늘려 외국인 관광객이 보다 편리하게 도쿄 시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오는 10월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이 구입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소비세(8%)를 면제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 품목 상시 할인’을 벌이는 셈이다.

이 같은 관광객 유치 정책에 힘입어 올 들어 3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87만4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 286만852명보다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36만여명,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17만여명으로 한국이 더 많았으나 올 들어서 역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이 WTTC 총회에서 적극적인 세일즈를 벌인 데 비해 한국의 활동은 미미했다. 한국에서는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를 비롯해 두 명만이 참석했다. WTTC 정회원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참석을 검토했으나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스코실 WTTC 회장은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 측 인사 여러 명을 초청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광산업을 ‘5대 서비스업’ 중 하나로 정하고 집중 육성하기로 했지만 정작 일부 정책은 관광산업 진흥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을 지난해 7개에서 2018년까지 15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일부 면세점 사업자 입찰은 대기업을 배제한 채 진행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기업 면세점은 규모가 작아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기가 어렵다”며 “면세점의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약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일 시행한 호텔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에게 객실요금 중 부가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그러나 상당수 호텔이 투숙객에게 부가세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여행사에 판매하는 객실 가격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정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싼야=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