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하철경 예총 회장 "그림에 판소리 접목…音·色은 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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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 초대전
28일부터 5월 9일까지…수묵화 등 30점 선봬
28일부터 5월 9일까지…수묵화 등 30점 선봬
때묻지 않은 자연의 울림이 화폭에 소곤거린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진노란 산야와 꽃대가 있고 활짝 핀 개나리도 보인다. 후드둑 소리를 내며 떠는 나뭇가지와 봄꽃들이 손밑에서 자라난 것처럼 생생하다.
한국화를 현대적 점묘화법 형태로 계승하고 있는 임농 하철경 화백(61·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의 초대전이 28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린다. 하 화백은 남농 허건의 수제자이자 손녀사위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학생들을 추모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월출산의 봄’ ‘봄바람’ ‘천은사’ ‘소금강’을 비롯해 설악산 도봉산 풍광 등 우리 산천을 특유의 필법으로 그린 30여점을 건다. 예총 회장을 맡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작업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그가 2년간 전국의 명산을 찾아 작업한 신작이다. 꽃다운 젊은 학생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말자는 의미에서 전시회 주제도 ‘꽃비처럼 희망처럼’으로 정했다.
야산이나 바닷가 풍경, 사찰 등을 주로 그려온 그는 크고 작은 점을 혼용하는 ‘미점법’을 활용해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빼곡한 선과 색이 화폭 위에 출렁거린다. 고향의 춘색이 싱싱하게 튀는 게 마치 음색과 같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대상에서 받은 인상과 감흥을 기록한 음색의 하모니’라고 평한다. 화폭에 긴장과 파격, 충만과 공허를 리드미컬하게 담아냈다는 얘기다.
하 화백은 “수묵화는 붓을 가지고 살풀이춤을 추는 행위”라며 “붓에 의지해 한바탕 신명 나는 춤을 화폭 위에 뿌려 놓으면 새로운 생명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도화동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판소리를 듣는다. 판소리야말로 최소한의 그림에 최대한의 여운과 흥을 돋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편제 같은 맑은소리와 우리 땅에서 나오는 후각적인 정취, 산야에 흐르는 시적인 운치를 색으로 표현합니다. 사실 미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재료로 하는 음악이기도 하지요.”
소리와 미술이 서로 공존하는 한국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그에게 자연은 그림의 스승이다. 하 화백은 “자연은 단순히 묘사의 대상이기 이전에 인간의 생명이 출발한 근원이며 종국에는 돌아가야 할 종착점”이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일이 곧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자연으로부터 익힌 평범하면서도 고귀한 가르침이다. 생명의 근원과 만물의 본질, 빛과 색의 눈부신 조화, 그리고 변화의 놀라운 이치 등이 올곧게 배어 있다. 최근에는 형상과 비형상, 구상과 추상 사이를 넘나들며 슬쩍 기교를 부리는 흔적도 보인다. 형태를 약간 뭉그러뜨리며 빼곡한 선과 색으로 봄 풍경을 빠른 필선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마틸드 클라레는 “하 화백의 작품에는 삶의 방향과 자연의 밀도, 고요, 억제된 힘, 정확한 필묘, 극도의 세묘 등이 호흡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화를 현대적 점묘화법 형태로 계승하고 있는 임농 하철경 화백(61·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의 초대전이 28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린다. 하 화백은 남농 허건의 수제자이자 손녀사위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학생들을 추모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월출산의 봄’ ‘봄바람’ ‘천은사’ ‘소금강’을 비롯해 설악산 도봉산 풍광 등 우리 산천을 특유의 필법으로 그린 30여점을 건다. 예총 회장을 맡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작업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그가 2년간 전국의 명산을 찾아 작업한 신작이다. 꽃다운 젊은 학생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말자는 의미에서 전시회 주제도 ‘꽃비처럼 희망처럼’으로 정했다.
야산이나 바닷가 풍경, 사찰 등을 주로 그려온 그는 크고 작은 점을 혼용하는 ‘미점법’을 활용해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빼곡한 선과 색이 화폭 위에 출렁거린다. 고향의 춘색이 싱싱하게 튀는 게 마치 음색과 같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대상에서 받은 인상과 감흥을 기록한 음색의 하모니’라고 평한다. 화폭에 긴장과 파격, 충만과 공허를 리드미컬하게 담아냈다는 얘기다.
하 화백은 “수묵화는 붓을 가지고 살풀이춤을 추는 행위”라며 “붓에 의지해 한바탕 신명 나는 춤을 화폭 위에 뿌려 놓으면 새로운 생명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도화동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판소리를 듣는다. 판소리야말로 최소한의 그림에 최대한의 여운과 흥을 돋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편제 같은 맑은소리와 우리 땅에서 나오는 후각적인 정취, 산야에 흐르는 시적인 운치를 색으로 표현합니다. 사실 미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재료로 하는 음악이기도 하지요.”
소리와 미술이 서로 공존하는 한국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그에게 자연은 그림의 스승이다. 하 화백은 “자연은 단순히 묘사의 대상이기 이전에 인간의 생명이 출발한 근원이며 종국에는 돌아가야 할 종착점”이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일이 곧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자연으로부터 익힌 평범하면서도 고귀한 가르침이다. 생명의 근원과 만물의 본질, 빛과 색의 눈부신 조화, 그리고 변화의 놀라운 이치 등이 올곧게 배어 있다. 최근에는 형상과 비형상, 구상과 추상 사이를 넘나들며 슬쩍 기교를 부리는 흔적도 보인다. 형태를 약간 뭉그러뜨리며 빼곡한 선과 색으로 봄 풍경을 빠른 필선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마틸드 클라레는 “하 화백의 작품에는 삶의 방향과 자연의 밀도, 고요, 억제된 힘, 정확한 필묘, 극도의 세묘 등이 호흡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