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고점 논란이 거세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인 신용잔액이 2013년 6월 이후 최고치인 4조9000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신용잔액은 매도 기회를 엿보는 잠재매물로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증시에 부담을 준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9분의 1 수준이지만 신용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가깝다.

지난 4개월간 코스닥지수가 15% 이상 오른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용잔액 5조…코스닥 '6월 악몽' 재연?

○‘2013년 악몽’ 되풀이될 수도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잔액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4조1918억원에서 지난 23일 4조9035억원으로 3개월여 만에 17%가량 증가했다. 5조원을 웃돈 2013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이 가운데 코스닥 신용잔액 증가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1조8921억원에서 2조3630억원으로 25% 늘었다. ‘한 방’을 노리고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코스닥에 많아졌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의 코스닥 누적 순매수액이 많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목표 수익률이 달성되면 순차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4일까지 1조9725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어치에 육박하는 주식을 던졌던 1~2월에도 코스닥에서는 꾸준히 주식을 사모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수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지난 22일 272억원에서 23일 79억원으로 줄었으며 24일에는 2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25일에는 순매도액이 64억원으로 늘었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0.83% 떨어진 556.48까지 밀린 이유도 외국인들의 ‘변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는 “한꺼번에 코스닥지수가 100포인트 내려앉은 지난해 6월과 상황이 흡사하다”며 “당시에도 신용잔액이 사상 최대치였고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 물량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 아닌 ‘숫자’를 봐야

지난 3~4년 동안 코스닥지수가 ‘상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 패턴을 되풀이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연초에는 신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감, 정책 수혜주 찾기 움직임과 같은 ‘스토리’가 주가를 올리지만 실적이 확인되는 시점 이후부터 주가 거품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정체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요즘과 같은 하락 반전 장세에서는 철저히 실적 중심으로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분수령은 주요 상장사들이 실적을 공개하는 내달 초가 될 전망이다. 실적이 기대 이하일 경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업체들의 역량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 수준에 걸맞은 1분기 실적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당분간 공격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