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안산공장 직원들
아들 실종 동료 돌보며 "힘내자" 서로 격려
시화공단선 "제자리 돌아가 가족·일 챙겨야"
한샘 안산공장은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참사를 당한 단원고와 10㎞ 떨어진 시화공단에 있다. 이곳에 다니는 직원은 물론 거래업체 직원 가운데 단원고 학부모가 꽤 많다.
한샘 안산공장 구매·품질관리반장도 단원고 2학년 학생 아버지다.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에서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흥국 상무(제3공장장)는 “사고 다음날부터 매일 반장 두 명이 팽목항으로 내려가 그가 억지로라도 식사를 하도록 돌보고 있다”며 “공장 직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비탄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한샘 안산공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점심시간에 여는 배드민턴 체육대회와 주말 워크숍을 모두 취소했다. 공장장이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중단했다. 오로지 합동기도회만 열었다.
안 상무는 “이번 달에 생산할 물량이 사상 최대(280억원)를 기록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이달 말 전체 직원이 떠나는 워크숍을 기획했었다”며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 다음 주말까지 팀을 나눠 래프팅 낚시 등 원하는 레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약했으나 세월호 참사 직후 모두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임원과 반장급 30여명이 오는 28일 오전 합동 분향을 마친 뒤에는 정상생활로 돌아가자고 격려할 계획”이라며 “5월부터는 일과 관련된 워크숍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무열 한샘 제3공장 총무팀장(차장)은 “이런 때일수록 안전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면서 일에 집중하자고 독려한다”며 “각 반장들이 직원들에게 ‘힘들 때일수록 즐겁게 일하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영 수납몸통반장은 “자동화 기계에 가구 자재를 넣고 빼며 포장하는 일을 하는 직원들이 자칫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힘내자’고 격려한다”며 “점심시간마다 대화를 나누며 위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자식을 잃은 큰 슬픔에 빠진 안산시도 서서히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있다. 썰렁했던 시화공단의 식당가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시화공단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흥관광호텔(시흥시 정왕동) 근처에 있는 동아리동태탕의 김순옥 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이 거의 다 끊겼지만 어제, 오늘은 조금씩 저녁 때에도 삼삼오오 공단 직원들이 와서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술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손님들이 ‘산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서로를 위로와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제해물보쌈 박진원 사장도 “지난 주말엔 식당이 문을 연 이래 가장 장사가 안됐다”며 “오늘 점심 때 손님이 절반 정도 찬 것을 보니 이번 주말부터는 그래도 평소의 80% 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낙지정원의 직원 이문수 씨는 “지금까지는 슬퍼하고 서로 위로했지만 이제는 사고를 수습도 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가족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니냐”고 말했다.
안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