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 '선방'] 회복세 안심못해…'세월호 쇼크' 등 내부악재에 발목잡힐 수도
올해 첫 분기 성장률은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던 내수경제가 시들해질 가능성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시계는 일시 정지했다.

내수 활성화와 규제 완화로 경제를 살리자던 정부는 정책 동력 약화와 신뢰도 추락으로 한동안 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랫동안 테이퍼링(미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리스크에 가려져 있던 대내 불확실성이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내수가 관건인데

[1분기 성장 '선방'] 회복세 안심못해…'세월호 쇼크' 등 내부악재에 발목잡힐 수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9%(전기 대비)는 예상을 다소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 1~2월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다 수출도 좋지 않아 시장에선 평균 0.7%(블룸버그 기준)를 예상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지출국민소득팀 차장은 “내부 모니터링 결과 3월 민간소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설비투자 감소세도 당초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4.0%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수출 호조에 이어 올해는 내수가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성장에 대한 지출부문별 기여도 역시 내수(2.0%포인트)가 수출(1.9%포인트)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달 108로 15개월째 기준선(100)을 웃돌았다. 유통업체 체감경기를 반영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2분기 113으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였다. 취업자 수 증가와 물가안정에 힘입어 가계의 구매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정책리스크 전면으로

하지만 향후 전망엔 불안요인들이 즐비하다. 우선 지난주 세월호 침몰사고가 몰고 온 충격이 경제 곳곳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행사뿐 아니라 술자리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자체의 축제는 줄줄이 취소됐고 가계 역시 여행이나 쇼핑을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은 계절적으로 2분기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세월호 사고가 내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직 따져보지 못했지만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책 리스크’ 역시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정부는 경제성장의 열쇠로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규제완화가 도마에 오르면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6·4 지방선거와 개각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안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규제가 본격적으로 풀릴 때까지 투자계획을 미뤄 놓으려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며 “정책이 표류할 경우 투자 타이밍을 아예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위력을 떨쳤던 대외변수는 최근 잠잠해졌다. 지난해 이맘때부터 시장을 흔들던 테이퍼링 시나리오도 시장에 많이 반영됐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 회복, 신흥국 위험 완화로 대외여건은 개선됐다”며 “2분기에 1%(전기 대비) 성장률을 회복할지는 대내 여건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비관은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29일) 직후인 3분기의 경우 백화점 소비가 반짝 줄었지만 전체 민간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979년 1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난에 따른 소비 위축은 대체로 금방 회복된다”며 “향후 내수는 가계부채와 가계소득 둔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 더 많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