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베이징모터쇼’ 개막 전날인 지난 19일. 중국 내 시장점유율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은 베이징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을 통째로 빌려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전 세계 언론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딜러와 우수 고객 1000여명을 초청한 대형 이벤트였다.

그 자리에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2018년까지 8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자해 중국에 6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폭스바겐의 제2의 고향이며, 폭스바겐이 하는 모든 일은 중국인과 중국 사회를 위한 것”이라도 했다. 누가 봐도 과장된 말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이에 질세라 2위 제너럴모터스(GM)도 같은 날 ‘내년에 중국 현지공장 5개를 추가로 짓는 것을 비롯 2017년까지 12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380만대에서 500만대로 늘리겠다’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러자 중국시장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투자 계획에 관심이 집중됐다. 어떤 형태로든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제스처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베이징모터쇼 개막일 신차발표회에서 최성기 현대차그룹 중국사업총괄담당 사장은 “신형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브랜드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투자나 고용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충칭에서 추진 중인 4공장도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차 발표 현장에서 만난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성시만보의 연자오 기자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앞다퉈 투자 계획을 내놓는데 현대차에선 그런 얘기가 없는 이유가 뭐냐”며 의아해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저런 국내 사정상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강성 노조가 부담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속적으로 해외 공장 증설을 중단하고 국내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과 대기업의 해외 투자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일부 국민 정서도 부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 계획을 현지에서조차 크게 홍보하기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해외 경쟁사들이 중국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때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고 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신차 시장은 올해 2400만대, 2020년에는 35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에 44만대를 팔아 작년 1분기와 같은 9%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점유율은 17.1%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업체들도 엔저에 힘입어 0.3~0.5%포인트 가량 성장세를 보였다.

강현우 베이징/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