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저축銀 인수 앞둔 대부업체에 요구…"러시앤캐시, 자산 40% 이상 줄여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를 앞둔 대부업체인 에이앤피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과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에 앞으로 5년간 기존 총자산의 40% 이상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2355억원 이상을 줄여야 하는 웰컴론은 금융당국의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8271억원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시간을 더 달라”며 장고에 들어갔다.

◆“장기적으로 대부업 접어야”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예주저축은행(옛 서울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옛 전일·대전·한주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러시앤캐시에 “앞으로 5년간 자산의 40% 이상을 축소하라”는 행정지도 형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예신저축은행(옛 신라저축은행) 우선협상대상자인 웰컴론에도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대부업 관련 신규 영업을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몸집을 줄이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신 중·장기적으로는 대부업을 접으라는 방침도 전달했다. 또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엔 연 15~20%대 안팎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영업 방향도 제시했다.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는 연 34.9%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각 전에 이미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대부업 관련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공지했다”며 “사금융인 대부업과 제도권인 저축은행을 동시에 경영하다 보면 영업이나 광고, 채권 양도 등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비제도권 금융 자산 축소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앤캐시 수용 여부 ‘고심’

웰컴론은 금융당국의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 5년간 총자산의 40%에 해당하는 2355억원 이상을 축소할 방침이다. 웰컴론의 총자산은 5887억원(작년 말 기준)으로 업계 3위 규모다.

러시앤캐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방침대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신 대부업 자산을 40% 이상 축소할지, 아니면 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는 최윤 회장의 숙원 사업인 만큼 정부안을 따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5년간 8271억원 이상의 대부업 자산을 줄여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대부업 자체를 포기할지 여부는 업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의 자산은 2조678억원(작년 9월 말 기준)이며 연간 순익은 841억원이다. 러시앤캐시가 짭짤한 수익을 내는 대부업 자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러시앤캐시는 ‘7년간 자산 40% 이상 축소’ 또는 ‘5년간 자산 30% 이상 축소’ 등으로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금융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오는 30일 회의를 열고 웰컴론의 예신저축은행 주식 취득을 우선 승인할 예정이다. 러시앤캐시의 경우 “시간을 더 달라”고 한 만큼 승인 시기를 미루고 좀 더 논의키로 했다.

장창민/이지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