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 ‘출근 경영’ 재개 > 이건희 삼성 회장이 22일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한경DB
< 이건희 회장 ‘출근 경영’ 재개 > 이건희 삼성 회장이 22일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한경DB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등 14명은 지난 7일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꿔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매각토록 하자는 게 골자다.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 끊기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해소해 가공자본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계획대로 앞으로 2~3년 내에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경우 삼성은 전자와 물산, 생명, 에버랜드 등 주축 회사 4개와 그 밑에 딸린 계열사들로 이뤄진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순환출자 해소 계획] 전자·물산·생명·에버랜드 4개 주력사 체제로 지배구조 단순화

◆왜 순환출자 끊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적은 지분으로 많은 회사를 거느릴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요구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그룹의 계열사 출자가 늘어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정부가 부채비율을 줄이라고 해서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계열사가 다 떠안은 요인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사연이 어쨌든 간에 순환출자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맞다”며 “우리도 정부처럼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은 2011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으로 삼성카드가 가진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야 하면서 깊어졌다. 당시 삼성은 KCC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에버랜드 지분 17%를 넘기면서 처음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이후 각종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삼성은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다. 작년 말 삼성생명이 물산, 중공업, 전기로부터 카드 지분 6.38%를 매입한 게 첫 신호였다. 다른 계열사들이 가진 금융사 지분을 금융지주 역할을 맡은 생명에서 사들인 것이다. 또 건설 분야 주력사인 삼성물산은 삼성SDI로부터 엔지니어링 지분 5.09%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의 복잡했던 여러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이미 끊어졌다.

◆어떻게 끊어 나갈까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작은 계열사들을 모두 포함하면 50여개가 넘지만 크게는 15~17개 정도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SDI→에버랜드’ ‘전기→에버랜드’ ‘SDI→물산’의 출자관계를 끊어야 핵심 고리들이 해소된다.

‘SDI→에버랜드’ ‘전기→에버랜드’ 고리를 없애려면 에버랜드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계열사(물산, 전기, 카드, SDI)들이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유력한 것은 에버랜드가 자사주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이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말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지난해 말 빌딩관리업을 관계사인 에스원에 넘겨 4800억원을 확보했다. 1조원 가까운 현금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매입하는 방안이 있지만, 자금력이 문제다.

‘SDI→물산(7.2%)’ 출자 관계도 핵심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전자 주식을 4%나 갖고 있는 회사인 데다 삼성그룹 지분이 13% 수준으로 낮아 그룹 외 다른 곳에 팔기 어렵다. 기존 주주 가운데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삼성생명이 주식을 인수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묘안을 짜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부담은 주식 매매에 따른 각종 세금이다. 대부분 취득가가 시가보다 낮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그 돈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업 구조조정도 지속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게 목표지만 무엇보다 회사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밝힌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한 것이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한 것은 기본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조만간 삼성물산을 비롯해 건설사업에도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