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최근 3년간 로펌 영업비밀침해소송 수임 실적 들여다보니…화우 6·광장 5·김앤장 4·세종 3건…'짭짤하네'
대형 로펌에서 가장 스카우트하고 싶어하는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분야에 경험이 많은 판·검사 출신이다. 이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비밀침해 분야 변호사는 김앤장 30여명, 광장 세종 화우는 각각 20여명 선이다. 최근 3년 새 1.5~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대형 A로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관건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앞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A로펌은 첨단범죄수사부 출신 검사를 영입한 데 이어 소속 변호사들을 미국 로펌에 보내 형사소송 분야 연수를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일본 도시바-SK하이닉스, 듀폰-코오롱 소송은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로펌마다 치열한 수임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국내 기업 외국 기업에 완승

2011년 초부터 작년 말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영업비밀침해와 관련한 46건의 소송 중 법무법인 화우가 가장 많은 6건을 맡았다. 광장이 5건, 김앤장이 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세종과 KCL은 3건씩이었고 동인은 2건, 율촌 바른 지평은 1건씩을 따냈다. 중형 로펌 가운데는 강호(3건)와 에이펙스(2건)가 두각을 나타냈다.

로펌별 성적표를 보면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김앤장(한국GM)과 광장(현대위아), 세종-동인(동진쎄미켐)이 1승씩을 거뒀다. 화우는 외국 기업을 대리한 세 차례 소송에서 패했다. 반면 국내 기업 간 소송에서는 3승을 기록했다.

한국GM이 승용차 ‘라세티’의 제조기술을 빼돌린 러시아 자동차업체 타가즈 국내 자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은 1심에서 패한 타가즈의 항소 포기로 한국GM의 승리로 끝났다. 이탈리아 군수업체 오토 멜라라가 현대위아의 76㎜ 함포 제조기술에 시비를 건 사건은 1심에서 패한 오토 멜라라의 2심 소 취하로 사건이 종결됐다. 머크사-동진쎄미켐 간 소송은 1심에서 동진쎄미켐 측이 승리한 뒤 머크사가 항소했다. 지난 3월 제기된 UOP(김앤장)-효성(광장) 간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잇단 소송 제기로 국내 기업 타격

영업비밀침해 소송이 제기된 기업은 경영상 큰 타격을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소송에 휘말린 기업과는 거래를 꺼리기 때문에 통상 상황이 정리된 후에야 거래가 재개된다”고 설명했다. 머크사가 동진쎄미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 회사에서 액정을 공급받는 완제품 업체가 생산 차질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듀폰-코오롱 간 소송에서도 코오롱 아라미드 섬유의 세계 생산 및 판매 금지 판결(1심)로 거래 기업 등의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됐다. 소송에 걸린 기업이 최종 승소하면 거꾸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효성은 울산 용연 공장에서 사용하는 백금촉매(프로판에서 수소를 제거하는 촉매)가 유럽 등지에서 특허를 받은 독자 기술인 점 등을 내세워 최종 승소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외국 기업들의 막무가내식 소송 제기로 승패를 떠나 국내 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는 만큼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직원 스카우트 시 소송도 뒤따라

국내외 기업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이나 특허소송은 주로 기술경력직 직원이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코오롱과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 소송, 일본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고기능 강판 제조기술 소송, 일본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플래시메모리 기술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