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빠진 홍삼…'반값' 몸부림
동원F&B는 홍삼 브랜드 ‘천지인’ 제품을 23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50% 할인 판매한다. 정상가 21만원인 6년근 홍삼정 100g짜리 3병을 10만5000원에 내놓는다. 천지인은 동원그룹 최고위층이 “바다에 참치가 있다면 육지엔 홍삼이 있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브랜드지만 시장 점유율은 1~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삼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폭탄 할인에 나선 것이다.

기운 빠진 홍삼…'반값' 몸부림
KGC인삼공사 등 홍삼 업체들은 지난해 홍삼 시장을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호조를 보였던 2011년 1조3000억원에 비해 7% 이상 줄었다. 당연히 업체별 실적도 악화됐다. KGC인삼공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9400억원에서 7847억원으로 16.5% 감소했고, 농협홍삼은 560억원에서 508억원으로 9.2% 역신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인삼 및 홍삼음료 시장은 2012년 3251억원에서 지난해 2896억원으로 10.9% 쪼그라들었다.

홍삼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이유로는 ‘불황’이 첫손에 꼽힌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싼 홍삼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기능식품이 다양화하면서 홍삼의 인기도 밀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몸에 좋은 유산균을 통칭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홍삼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는 품목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값 홍삼’을 내세운 자체상표(PB) 제품을 내놓은 것도 기존 업체들에는 위협이 됐다.

생존을 위한 군소업체의 전략은 ‘가격 파괴’다. 농협홍삼은 이달 초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삼인’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시중에서 32만원에 팔리는 ‘가족 선물세트’를 15만9000원에 판매하는 등 할인율이 50%를 웃돈다.

홍삼전문기업 ‘천지양’은 이번 주부터 옥션을 통해 6년근 홍삼을 기존 가격보다 최대 65% 싸게 팔고 있다. ‘고려홍삼정 골드’는 5만9000원에 500개 한정 판매 중이다. 천지양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마트 PB 홍삼 제품보다 30%가량 값이 싸다”고 설명했다. 천지양은 홈플러스 PB상품도 납품하고 있다.

70%대의 점유율로 업계 1위인 KGC인삼공사는 가격 전략 대신 다기능성 복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삼 시장을 넘어 다른 건강기능식품들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월 출시한 ‘화애락퀸’이 대표 제품이다. 홍삼에 여성 갱년기 증세 완화에 효능이 있다는 약재 백수오를 넣은 제품으로, 출시 1년 만에 200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초에는 마카 추출물, 복분자 등을 넣은 남성 활력용 제품 ‘올칸’을 출시했다.

김송이 KGC인삼공사 브랜드매니저2팀장은 “홍삼 외에 다른 기능성 성분을 첨가하는 것이 마케팅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