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로의 두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위로의 두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21일. 국민들의 슬픔은 깊어지고 저마다 먹먹한 가슴에 한숨만 늘고 있다. 일부에선 무기력증에 정신적 외상이 더해져 이른바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슬픔→분노→무력감 반복…온 국민이 '심리적 재난'
세월호 사고로 인한 슬픔에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마케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규모 외부 행사나 흥미 위주의 이벤트들은 잇따라 취소·연기하고 있다. 말 하나하나에 조심하며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임직원들에게 지나친 음주나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하고, 각종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삼성은 오는 25일 열 예정이던 대학생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일정도 무기한 연기했다.

LG그룹은 26~27일 개최할 예정이던 손연재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 행사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포스코도 19일 열 계획이던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취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는 21일 예정됐던 ‘클라우드 맥주’ 론칭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 “살아 돌아오길” >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학생이 생존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살아 돌아오길” >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학생이 생존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게임 업계도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네이버는 각종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메인 검색창 좌우에 표시하던 ‘스페셜 로고’를 당분간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7일 ‘다음 영화’ 서비스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던 영화 제작발표회를 연기했으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 코너를 개설해 누리꾼들의 염원을 모으고 있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프로야구마스터 2014’ 미디어데이를 취소했고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비무제: 임진록’ 대회를 연기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홈페이지를 통해 “여객선 침몰 사고의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실종된 탑승자분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예정된 행사를 대부분 취소하며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한 심정”이라며 “기업들도 국민들과 함께 소중한 생명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며 자칫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에서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 사고를 낸 해운사와 정부에 대한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특히 단원고 학부모들과 비슷한 나이인 40·50대는 마치 자신의 자녀가 같은 사고를 당한 것처럼 충격적인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크고 밀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런 사태가 일어날 때 집단 트라우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일반 시민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느낄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