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사랑에 빠진 슈퍼 영웅…과학과 인간의 두겹 시선
스파이더맨(앤드루 가필드)이 뉴욕의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연인 그웬(엠마 스톤)과 뜨겁게 키스한다. 그웬은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남자친구 피터 파커란 사실을 안다. 그래서 지략을 짜내 스파이더맨이 전기를 빨아먹는 괴물 일렉트로(제이미 폭스)를 물리치도록 돕는다. 그웬은 역대 할리우드 슈퍼 영웅의 연인 중 가장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다. 그동안 할리우드 슈퍼 영웅의 여인들은 위기에 빠진 뒤 구조되는 대상으로 그려졌다.

23일 개봉하는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슈퍼 히어로 장르를 여성 관객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두 연인의 러브 스토리가 뜨겁게 그려진 까닭이다. 이들은 슈퍼 영웅을 사랑하는 여인이 악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때 이별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이들은 위험에 맞서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또한 과학과 인간관계에 대해 두 겹의 시각을 제시한다. 피터처럼 착한 사람이 유전공학의 성과를 갖게 되면 인류를 구원하는 약이 되지만, 탐욕에 젖은 재벌 2세 해리나 절제심과 판단력이 부족한 전기 엔지니어에게는 인류를 파멸에 빠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에게 과분한 힘을 갖게 되면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해리나 일렉트로는 원래부터 악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때 피터의 친구였거나 스파이더맨의 추종자였다. 그러나 개인의 탐욕이 커졌거나, 남들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이 악당으로 변하는 모습은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란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스파이더맨3’에서 스파이더맨조차 한때 악에 감염된 흑색 스파이더맨으로 변모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는 이처럼 선과 악을 넘나들며 우리 자신과 사회를 입체적으로 되돌아보도록 이끈다.

영화는 오스코프사의 전기 엔지니어인 맥스가 작업 중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뒤 전기 괴물 일렉트로로 변해 뉴욕을 마비시키고 스파이더맨과 대결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3차원(3D)으로 표현한 액션은 실감 나면서도 박진감이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