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베가 시크릿 노트' 후속 모델인 '베가 시크릿 업'.
사진= '베가 시크릿 노트' 후속 모델인 '베가 시크릿 업'.
[ 김민성 기자 ] LG유플러스KT 등 이동통신사가 팬택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 업' 출고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해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영업정지를 앞둔 이통사의 일방적 마케팅 결정에 따라 제조사 팬택은 '울며 겨자먹기'식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2차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과 인도 업체 매각설로 고전 중인 팬택은 수익 악화 우려까지 안게 됐다.

팬택 측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LG유플러스의 출고가 인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일방적 결정에 경쟁사 KT도 가세했다.

팬택 관계자는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렸다" 며 "상당한 재고 보상 금액을 팬택이 이통사에 물어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을 내릴 경우 제조사는 이통사가 보유한 동일 재고에 대해 인하분만큼 재고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이날 '베가 시크릿 업' 가격을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37% 내렸다. 현재 LG유플러스가 1만 대의 '베가 시스릿 업'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면 36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 구조다.

이를 제조사가 만회하려면 인하한 가격으로 더 많은 물량을 팔아 수익을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측은 선 구매 협상도 마무리하기 전에 출고가부터 내렸다. 팬택이 구매 약속도 없이 가격을 인하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유다.

팬택 입장에선 손익을 면밀히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에 물어줘야하는 보상금만 발생한 채 정확히 얼마나 스마트폰을 더 팔 수 있지는 알 수 없는 이중고에 빠진 것.

팬택 관계자는 "(이통)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듯 하다" 며 "재고 보상금액 과 선 구매량 확정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팬택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 시크릿 업'의 브랜드 가치 훼손도 우려된다. 95만 원이 넘던 프리미엄 제품 가격이 단번에 37% 가까이 빠질 경우 제값을 지불한 기존 구매자들의 비난을 살 수 있다. 싸게 팔 수 있는 스마트폰을 비싸게 팔았다는 식의 원가 시비 논란도 우려된다. '베가 시크릿 업'은 사생활 보호 기능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후 하루 1만 대씩 꾸준히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베가 시크릿 업'은 가장 최신작이자 판매 전략 상 중요한 모델" 이라며 " 단말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경우 팬택은 힘들어진다"고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 및 KT와도 출고가 인하 관련 협의에 돌입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선 영업정지를 앞둔 이통사가 자사 이득만 챙기는 꼴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 살리기'라는 LG유플러스 측 입장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앞둔 이통사 측이 가뜩이나 어려운 제조사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 며 "재고 보상금이나 선 구매량도 약속하지 않는 이통사가 제조사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이날 팬택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이통 3사 중 단독 시행한다고 홍보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의 단말 구매 부담을 대폭 낮추는 한편 출고가 인하에 따른 팬택의 비용부담도 완화시키겠다"라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