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일반 상선에 비해 침몰이 쉬운 배인데 침몰에 걸리는 시간을 선장이 판단을 잘못했을 수 있다.”

해기사 출신 전문교사로 인천-제주 간을 자주 왕래했다고 밝힌 백인흠 부산해사고 해기역량부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과정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와 같은 카페리 여객선은 1층에 컨테이너나 차량 등을 싣기 때문에 공간을 분리하는 격벽(칸막이)이 없다”며 “이곳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칸막이가 쳐진 객실로만 구성된 배나 다른 상선과 달리 순식간에 배가 균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컨테이너 등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급격하게 가라앉는 것이 가속화했을 것”이라며 “제대로 화물을 묶었다면 모르겠지만, 아마 제대로 묶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같은 배의 특성을 선장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선자들을 객실 내에 머물라는 방송을 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백 부장은 “이런 배는 25~30°만 기울면 무조건 순식간에 침몰하게 된다”며 “다시 균형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선장이 판단을 잘못해 시기를 놓쳤을 수 있고, 이 부분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 시점에 3등 항해사가 근무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사고가 난 시간대는 통상 3등 항해사가 근무하는 시간”이라며 “1등 항해사는 선장 전 단계로 상당히 숙련돼 있고, 2등 항해사는 그 다음, 3등 항해사는 제일 경력이 부족한 사람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세월호의 3등 항해사는 경력이 5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장은 “3등 항해사가 이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세월호의 항로에 대해 백 부장은 “이 물길에는 굉장히 강한 조류가 있고, 안개가 많이 끼고, 시간대별로 강조(강한 물살)과 약조(약한 물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로 폭도 대형선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이 1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협수도(narrow tunnel)’여서 대형선은 조심해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